내달 출범할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의 한반도 정책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한일관계는 하토야마 대표 등 지도부의 면면을 볼 때 자민당 정권에 비해서는 양국 간 갈등 요소가 대폭 감소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대표는 양국 간 최대 갈등 요인이었던 총리와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핵, 미사일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과 관련, "미국과 중국, 한국,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한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외교에 있어서 한국을 중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하토야마 대표는 재일교포 등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일본 내 영주 외국인 참정권 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그가 주창하고 있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핵심 축을 차지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핵문제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양국 간 당면 현안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의 확실한 이행,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라는 자민당 정권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 강경론이 중심이 된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북한의 자세에 따라서는 극적인 관계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토야마 대표는 총선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와 협조를 모색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조를 하되, 그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우리로서도 강력한 것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화와 압력의 병행이라는 그동안 일본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원론적인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나 대화와 협조를 강조했다는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그는 북일관계가 진전될 경우 방북할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할 단계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방북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변수도 적지 않다.

먼저 한일관계의 경우, 하토야마 대표가 지난해 5월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뒤 첫 외국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하토야마 정권'에서의 한일관계에 대한 양국 관계자들의 기대를 불러왔지만, 한일 간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

야스쿠니신사로 대표되는 역사 문제나 독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그리고 이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 방침을 제시하고, 역사 문제 등이 쟁점화되는 것을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극우파들이 내년 참의원 선거 등을 겨냥,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경우 국내 정치와 한일 관계, 중일 관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아울러 한국 내의 일본 인맥이 자민당쪽에 집중된 것이나, 민주당 내 실무자급에서 한국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하토야마 대표가 한국과의 관계구축을 중시하고 있지만, 실제 민주당 내에서 한국을 제대로 아는 인사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나 미사일 개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북일 관계가 진전되길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기미야 다다시(大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북한과 미국, 혹은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등 국제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민주당이 자민당에 비해 한층 유연한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그러나 납치 문제 때문에 일본 내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뿌리가 깊은 만큼 자민당이나 민주당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