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선거에 의해 여야 정권이 교체됐다.

30일 실시된 일본 총선거(중의원 선거) 개표결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총 480개 의석중 과반수(241석)을 훨씬 웃도는 308석을 획득해 압승을 거뒀다.기존의 공동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각각 119석과 21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다.일본 총선에서 야당이 단독 과반의석을 차지해 정권을 잡기는 2차대전 후 처음이다.이번 총선 투표율은 69.52%(잠정)로 2005년 총선보다 2.01%포인트 높았다.

1955년 창당 이후 일본을 통치해온 자민당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민주당 정권의 탄생은 ‘새로운 일본’의 출발을 의미한다.지난 54년간 자민당 정권이 구축한 정치·경제·외교의 틀은 다시 짜여진다.민주당은 일본의 ‘전후(戰後) 체제’를 떠받쳐온 자민당의 보수주의·성장 중시·친미 외교의 세 기둥을 뜯어 고칠 태세다.

정치에선 중도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관료 우위의 정책결정시스템을 철저히 쇄신할 계획이다.수출·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바꿔 중소기업·서민을 배려하고 복지에 치중할 예상이다.‘성장’에서 ‘분배’로의 전환이다.또 미·일 동맹을 골간으로 한 친미 안보외교가 그동안 일본 외교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론 ‘자주’가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이날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뜻이 마침내 결실을 보아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반면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 총리는 “자민당에 대한 불만을 씻어내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패배를 선언하고 총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토야마 대표는 정권교체가 확정된 만큼 31일 중으로 ‘정권이행팀’을 구성하고 자민당으로부터의 정권 인수 작업에 공식 돌입할 방침이다.하토야마 대표는 오는 15일께 열린 특별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된다.하토야마 대표는 또 예산 낭비 등 자민당 정권의 각종 문제점을 청산하고 민주당 정책을 구현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행정쇄신위원회도 곧바로 출범시키는 등 ‘새로운 일본’ 창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