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실수로 엉뚱한 피고인을 석방하는 바람에 법복(法服)을 벗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27일 일간 코메르산트 등이 보도했다.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의 엘레나 야를루코바 판사는 지난달 24일 절도 미수 혐의로 기소된 블라디미르 그리쇼프 씨에 대해 석방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풀어준 피고인은 그리쇼프 씨가 아니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파산한 러시아 석유기업 유코스 간부 드미트리 바제노프 씨로 확인됐다.

담당 판사의 실수로 풀려난 바제노프 씨는 이후 행방이 묘연해 졌고 경찰은 다시 체포하기 위해 수배 조치를 내렸다.

법원장은 판사 경력 5년차인 야를루코바 판사를 해임해 줄 것을 판사 자격 심의위원회에 요청했다.

법원장은 "야를루코바 판사가 피고인의 신원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하는 등 몇 가지 규정을 어겼으며 사법부 권위를 크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한편 야를루코바 판사가 이런 실수를 한 것은 애초 교도관들이 그리쇼프 씨 대신 바제노프 씨를 법원에 보냈기 때문인 것으로 연방 교정청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교도관들이 두 사람의 얼굴이 닮아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의성이 있었는 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