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은행 간 금리가 16년 만에 일본 엔화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금리지표 중 하나인 런던은행 간 금리(리보 · LIBOR)의 3개월물은 24일 엔화 금리가 달러에 비해 약 0.002%포인트 높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영국은행협회(BBA)가 은행 간 금리 조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미국 달러의 3개월물 금리가 일본 엔화보다 낮아진 것은 미국이 금리를 급속히 내렸던 1990년 8월~1993년 5월뿐이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미국 대형 은행의 실적개선으로 불안감이 후퇴하면서 달러 금리가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금리가 미국 금리에 비해 높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엔화에 대한 투자매력이 커져 외환시장에선 엔화강세 · 달러약세의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달러의 은행 간 금리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심각했던 작년 가을 이후 급등해 10월에는 5% 가까이로 올랐다.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년 12월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데다 무제한 달러공급을 실시하면서 은행 간 금리도 1%대로 떨어졌다. 지난 5월 미 대형 금융사의 자산실사(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공표되고,주요 은행들의 실적 개선이 확인된 뒤엔 달러 금리가 더 내렸다. 지난 24일 달러 금리는 0.38688%로 과거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엔화금리도 연초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달러 금리의 하락 속도가 훨씬 빨라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은행 간 금리가 역전된 것은 2개월물과 3개월물뿐이다. 1년물과 10년물 등 장기금리에서는 달러금리가 엔화보다 여전히 높은 상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