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게 금융사 부실 문제입니다.

대형은행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부실을 어느 정도 털어내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됐지만 8000개 넘는 지방은행 중 상당수는 부실로 파산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특히 경기 회복세가 미약할 경우 은행 수익성이 악화돼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전날 로치데일 증권의 은행담당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보브는 올해 150∼200개 미 은행이 추가로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이날 선트러스트은행이 2010년까지 은행들이 신용 및 상업용 모기지 손실로 고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비슷한 취지의 분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업률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 지속도 미국 경제가 정상궤도로 들어서는데 또다른 걸림돌로 꼽히고 있습니다.버냉키 의장도 이 점을 특히 걱정하고 있는데요,버냉키 의장은 “초기 경제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실업률은 고점에서 천천히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 경제의 걸림돌 부각 자체가 투자 심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부각될수록 중앙은행이 불안한 경기 회복세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확장적 통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점에서 그런데요.

월가에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이같은 심리를 반영한 탓에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채권 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관론자들도 단기 회복에는 공감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닥터 둠’으로 불리는 경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미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회복 강도가 워낙 약하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언제 다시 경제가 후퇴할 지 모른다는 주장입니다.크루그먼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비위축이 지속되면 미국 경제가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요.그래서 4000억∼5000억 달러 규모의 2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그는 당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루비니 교수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 및 유럽 경제가 하반기 바닥을 쳐도 앞으로 수년 동안 정상 수준에서 벗어난 미약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더블딥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각국 중앙은행이 섣불리 확장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쓰면 경제가 어려움을 맞을 것이란 지적인데요.

사실은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경고가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진 않습니다.오히려 더블 딥 경기 침체가 오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월가 투자자들은 경기는 조간만 살아나고 통화당국의 출구전략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