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유적 다행히 무사..포르투갈.스페인도 산불 비상

그리스 수도 아테네와 고대 유적지 등을 위협하며 맹위를 떨치던 그리스 산불이 발생 나흘째를 맞아 24일 위력이 조금 누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소방당국은 긴박한 위험을 넘긴 것일 뿐 잠시 수그러든 강한 바람이 다시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돼 산불 진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BBC와 회견에서 지난 24시간에 비하면 상황이 나아졌다며 긴박한 위험은 지났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대변인도 국영 NET TV와 회견에서 가장 위험했던 아테네 북부 교외도 산불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날 같은 위력은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동이 트자마자 모두 12대의 항공기와 헬리콥터 등을 투입해 마라톤, 네아 마크리, 디오니소스, 펜텔리 산 등 아테네 북부 교외 지역에서 화재 진압을 재개했다.

지상에선 2천여명의 소방대원과 군인, 마을 주민, 자원봉사자 등이 산불 진화에 나섰다.

지난 21일 마라톤 호수 인근 마을에서 시작된 이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아테네에서 불과 20㎞ 떨어진 교외까지 다가왔다.

이로 인해 가옥 수십 채와 1만5천 헥타르의 산림과 올리브 농장이 불에 탔으며 인구 1만명의 아지오 스테파노스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수천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그리스 보건당국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 없었으며 4명이 화상을 입었고 수십 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으나 심각한 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화염에 휩쓸릴 위험에 직면했던 고대 유적지도 화마를 피했다.

게오르지 모우로우티스 문화부 대변인은 2천500년 전 2개의 신전이 있는 람누스 지역과 고대 마라톤평원 전쟁 유적을 보관한 마라톤 박물관은 화재의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마라톤 남부의 네아 마크리 인근에 있는 14세기 성 에프렘 수도원 역시 불길을 피했다.

이곳 수도사들은 대피령을 거부하고 불을 끄는 데 매달렸다.

이날 아테네 북부 이외 에비아 섬의 카리스토스, 이오니아해의 자킨토스 섬 등 모두 6곳에서 주요 산불 진압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그리스 언론 매체들은 정부가 지난 2007년 일어난 사상 최악의 산불 참사가 일깨워준 교훈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현지 일간 엘레프테로티피아는 "화재 대비 지하구도 마련되지 않았고, 숲은 제거되지 않았고, 덤불도 그때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도 산불이 발생, 수천 헥타르가 불에 탔으며 포르투갈 북부 브라간차, 스페인 북부 자모라 지방 등에선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 15일 이후 30여 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모두 9천 헥타르를 태웠고 스페인에서도 올여름 7만5천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탔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