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더 나은 삶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났던 `검은 두뇌'들이 고국으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영국 런던의 시티,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등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마저 금융위기에 따른 실직 회오리에 휘말리면서 글로벌 이민 지형도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
지난 수십년 간 무기력하게 `두뇌 유출'을 감수해야 했던 아프리카로서는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오히려 인재 수혈의 호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21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케냐, 가나, 앙골라 등지에서는 수 년 전 부터 고급 인력들의 역이민 사례가 증가세를 보여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 개혁과 최근 수 년 간 이어진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 수준도 높아진 것이 고국을 떠났던 고급 인력의 `수구초심'을 자극한 것.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아프리카 출신들이 실직 위험에 노출된 것이 이들의 고국행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런던과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나이지리아 금융 인력의 역이민이 두드러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구직 포털을 운영하는 아데 오두톨라는 지난 1년 간 1만여명의 나이지리아 고급 인력이 귀국했다고 밝혔다.

또 런던의 취업 알선업체를 운영 중인 사라 완자마는 5년 전만해도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앙골라 고급인력이 100여명에 그쳤으나 지금은 그 수가 1천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성적인 전력부족, 높은 범죄율 등 아프리카의 열악한 여건이 여전히 아프리카 고급인력의 귀국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재이주 운동단체인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이니셔티브' 사무총장 데이비드 오코로는 "사람들은 나이지리아로 되돌아오고 싶어한다.

모두가 조국을 사랑한다"면서 "그러나 정부도 전문인력이 일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과 미국에 정착한 아프리카 이주민은 각각 300만명,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