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폭력 기승…투표 1시간 연장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
투표율 지역적 편차 클 듯

아프가니스탄 차기 대통령을 뽑기 위한 투표가 탈레반의 공세에 따른 투표율 저하 우려 속에 마감됐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7시에 개시한 대선 및 지방선거 투표를 1시간 연장 끝에 오후 5시에 마감하고 개표 작업에 들어갔다.

역사상 두번째 대통령을 뽑는 이날 투표는 초반부터 탈레반의 폭력으로 얼룩졌다.

수도 카불에서는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경찰 및 보안군 대원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되거나 체포됐다.

서부 헤라트주 신단드 지구에서는 무장세력이 3개 투표소를 폭파했다.

지역 행정관인 랄 모하마드 오마르자이는 AP통신에 "그들이 투표소를 폭파했다.

건물은 물론 투표함과 선거용품이 모두 불에 탔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북부 바글란주에서는 탈레반과 경찰의 교전이 발생 탈레반 대원 22명이 사살되고 일부 투표소가 폐쇄됐다.

북부 파르야브주와 쿤두즈주, 남부 칸다하르, 중부 가즈니주 등 지방 도시에서는 투표 개시를 전후해 투표소를 겨냥한 산발적인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

특히 파르야브주의 고르마치 지구에서는 탈레반 반군이 로켓포를 발사해 보안군 대원 4명이 사망했고, 칸다하르에서도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동부 파크티카주와 북부 타카르주에서는 투표소에 침투하려던 테러범이 사살되거나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남부 헬만드주의 107개 투표소, 칸다하르주 투표소 17개는 탈레반의 공격을 우려해 아예 문도 열지 않았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전국의 16개 투표소를 공격해 투표를 저지했으며 다른 지역의 여러 투표소도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투표 종료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당초 군이 장악한 전체 6천519개 투표소 중 94.88%인 6천199개 투표소가 정상 가동됐으며 나머지 투표소 상황은 추후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투표 개시 전후 기승을 부린 탈레반의 공격으로 유권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오전 중 대부분의 투표소는 한산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카불 시내에 설치된 6곳의 투표소를 확인한 결과 유권자들이 줄을 늘어선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탈레반의 칸다하르 선관위 관리는 투표율이 2004년 당시보다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공격이 주춤해진 오후 들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늘어, 투표 마감 직전에는 일부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당초 오후 4시였던 투표 종료 시간을 1시간 늦추고 유권자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등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히르 아지미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우려했던 만큼 심각한 폭력사태는 없었다.

현재 치안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선거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아프간 국민은 로켓포와 폭탄 그리고 탈레반의 협박을 무릅쓰고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위대한 행동"이라며 낮은 투표율로 선거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폭력이 유권자의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지역별 투표율 편차가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남부 파크티카주 선거감시를 담당한 '아프간 애널리스트 네트워크'의 토머스 루티그 씨는 "겁을 많이 먹었는데 우려했던 것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일부 지역의 투표율이 낮았다.

탈레반이 도로를 봉쇄하고 유권자들의 이동을 막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렸던 무소속의 라마잔 바샤르도스트 후보는 이중투표 방지를 위해 기투표자의 손가락에 칠하는 잉크가 쉽게 지워진다면서 부정 의혹 제기와 함께 즉각적인 투표 중단을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선거가 아니라 코미디"라고 비난했으나 선관위는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또 카르자이의 최대 경쟁자인 압둘라 압둘라 후보측은 선거 종사원들이 유권자에게 카르자이 지지를 강요한 사례가 20여건에 달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한편, 투표 종료와 함께 개표에 들어간 선관위는 내달 17일께 공식 개표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선자 윤곽은 이번 주말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