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외신들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이 한국과 아시아 민주화를 상징하는 큰 인물로 재임 중 남북 간 긴장 완화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민주화 투쟁에서 기둥처럼 우뚝 솟은 존재(towering figure)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속보를 긴급 타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판 톱 기사로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면서 "서방에서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로 불렸던 김 전 대통령은 남북 간에 전례 없는 데탕트를 일궈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김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라며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결코 아시아의 민주주의 뿌리는 약하지 않다'며 반박한 뒤 이를 실제로 증명한 열정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정치가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도 "민주주의와 통일을 추구하는 데 일생을 보냈던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라 평가했고,AP통신은 "가혹한 군사 독재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서사적인 정치 역정을 지닌 인물로 마지막 병상에선 정치적 반대자들까지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도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인 중국망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희망의 정치인"이라고 전했으며,홍콩 봉황망은 "한국 민주화의 불굴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삶은 후퇴와 컴백의 연속이었다"며 "군사 정권의 암살 시도와 사형 선고를 이겨내고 대통령이 됐고,노벨상까지 수상했다"며 자세한 일대기를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에 다수당이 출현하는 민주주의가 정착됐고,그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나락에서 한국을 구해 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한국 중앙정보부에 의해 도쿄의 한 호텔에서 납치돼 한국으로 끌려갔던 '김대중 납치사건'과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02년 한 · 일 공동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 등을 부각시키면서 일본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전 대통령은 일본어가 유창해 일본 정 · 재계에 지인이 많았다"며 "일본 영화나 음악 등 대중문화 개방을 단행해 한 · 일관계 개선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