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은행들이 2분기 중 여전히 대출을 조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FRB가 발표한 정례 은행 대출담당 책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은행 가운데 지난 2분기중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소비자 대출 기준을 완화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이같은 현상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응답금융사의 36%는 내년 후반이 돼야 대출 시장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신용위기를 겪으면서 워낙 고생을 한 탓에 은행들이 리스크를 떠안길 꺼리기 때문입니다.조금이라도 떼일 위험이 있는 기업이나 고객에는 대출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미국 소비자들은 은행 대출은 물론 오토론 학생론(스튜던트론) 등도 받기 어려워졌습니다.집을 살 때 받는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한마디로 미래 소득을 염두에 두고 할부 등으로 물건을 사고 싶어도 빚을 낼 수 없어 구매를 하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실업률 상승이 진정될 때까지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날 FRB가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기간자산유동화증권대출창구(TALF) 프로그램을 6개월 연장키로 한 것도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상업용모기지담보증권(CMBS)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대출자산 유동화 시장 정상화를 통해 소비자금융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인데요.대출 시장 여건만 놓고 보면 소비 활성화를 통한 미국 경제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조업·주택 시장 안정이 미 경기 살리나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이날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12.1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작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 0을 상회한 것으로,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치(3)를 훨씬 웃돌았습니다.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2분기까지 재고를 과도하게 줄인 탓에 3분기부터 생산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인데요,제조업이 전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주문과 생산이 늘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돼 투자 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특히 중고차 교환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차 구입이 늘면서 차 생산이 활발해지는 등 당분간 제조업이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이날 발표한 8월 체감지수도 전월 17에서 18로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조사 대상 기업의 18%가 주택시장 경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데이비드 크로우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이 지나 회복기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소비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택 시장 안정과 제조업 활성화가 미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구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