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의 중진 의원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반세기 만의 첫 정권교체가 이뤄져 야당 의원 신세가 될 걸 걱정해서가 아니다. 정권 획득을 노리는 민주당이 주요 지역구에 미모의 여성 정치 신인들을 대거 전략 공천해 의원 자리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아소 다로 총리 전임자인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지역구인 군마4구에는 후지TV 기자 출신 미야케 유키코씨(44)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

자민당의 실력자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의 지역구엔 의원 비서인 다나카 미에코씨(33),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국토교통상의 지역구에는 미인대회 출신인 고하라 마이씨(35),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 지역구엔 정치 경험이 전무한 후쿠다 에리코씨(29)가 공천됐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 대표의 상대로는 아나운서 출신의 아오키 아이 참의원 의원(43)이 뽑혔다.

일본 언론은 이를 민주당의 '미녀자객 공천'이라고 부른다. 사실 그 원조는 자민당이다.

2005년 9월 중의원 선거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우정성 민영화 정책에 반발해 탈당 출마한 의원들의 지역구에 미모의 여성 신인들을 공천했다. 당시 예상을 깨고 고이즈미의 자민당이 압승했던 데는 미녀자객들의 공이 컸다. 민주당은 고이즈미의 미녀자객 전략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문제는 미녀자객 공천이 안고 있는 함정이다. '미녀' 자객이란 말이 보여주듯 이런 공천은 순전히 이미지를 무기로 한다. 정책 경험이나 지역 기반 등 전통적인 공천 조건들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젊고 예쁘고,신선하면 된다. 미녀자객 중 TV아나운서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다. 전형적인 이미지 정치로 인기영합주의와 다를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의원이 된 미녀자객들이 국회에서도 선거판에서만큼 맹활약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녀자객들은 구태 정치인들에 신물이 난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효과적인 무기다. 하지만 비전이나 정책이 아닌 이미지만을 내세운 선거가 과연 일본 정치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차병석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