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청신호?.."내년 7월 참의원선거까지 지켜봐야"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에 이어 차기 총리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야스쿠니 불참배를 공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차기 정권장악이 확실시되는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이 한일관계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양국관계에 더욱 긍정적 기류가 조성될 가능성에 외교가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의 외교소식통들은 대체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아소 총리의 불참배 입장은 8.15를 앞두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의식한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한데다 국내적으로는 현 선거국면에서 신사참배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따른 부담이 크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참배 이후 후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연달아 신사를 참배하지 않음으로써 현직 총리의 신사 불참배는 일정한 관행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라는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물론 지난해 4월 아소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의 춘계대제에 맞춰 공물을 봉납,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을 부른 바 있으나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과거 침략 등을 통절하게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죄를 표명한) 1995년의 무라야마(村山)담화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변경된 것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하토야마 대표의 불참배 선언은 민주당의 정권장악 여부와 맞물려 한.일관계에 일정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토야마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자민당은 정말로 이를 존중했는지 약간 의문이 들지만 우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존중하고 계승할 것"이라고 밝혀 전향적 변화의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에 하토야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민주당은 정책집을 통해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 야스쿠니 신사를 대신할 국립 추도시설 설립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처리 ▲영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실현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에 따라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본 차기 정권의 전향적 역사인식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변화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이 우세한 편이다.

민주당이 표방하는 공약대로 한일관계가 전향적으로 변화하려면 정권기반의 안정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 일본 민주당은 내부 계파간 갈등에다 정책노선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외교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은 독도 영유권 문제다.

독도문제 만큼은 민주당도 자민당과 같이 '자국 영토'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터라 정국 흐름에 따라서는 양국간 갈등요인으로 부각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13일 "총리급 인사들의 야스쿠니 신사 불참배나 정권교체 가능성을 근거로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내년 참의원 선거까지의 정치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