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 국가가 참여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 정상회담이 9일 오후 멕시코 제2도시인 과달라하라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됐다.

이번 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웃 회원국들과 본격적으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되고있다
과달라하라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및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각각 개별회동을 가진데 이어 과달라하라의 구시가지에 있는 유서깊은 유적지 카바냐스 문화원에서 만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앞서 멕시코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회담에선 다음달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의 초석을 마련하는 한편 3개국에서 신종플루 대응문제 등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회담장 주변을 중심으로 경찰력 등을 동원해 3중 방어막을 친 가운데 약 300명의 시위대가 15년 전에 출범한 NAFTA의 철폐와 함께 멕시코 실정에 맞는 새로운 협력체제의 출범을 요구했다.

NAFTA 출범 이후 5번째가 되는 회원국 정상회담은 9일 저녁에 시작, 10일 오전을 끝나는 짧은 일정이지만 3개 국가들 사이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현안이 있다.

우선 칼데론 대통령이 추진해 온 '마약범죄와의 전쟁'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에서 소비되는 마약의 90%가 멕시코를 경유하는 만큼 인명살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마약 관련 범죄가 멕시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의 강력한 마약범죄 단속을 지지하는 한편 총기류와 마약자금이 미국에서 멕시코로 유입되는 것을 적극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약속한 14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들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약 8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는 미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7%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측 지원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는 또 멕시코 트럭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서 운행하는 문제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는 NAFTA를 통해 멕시코 트럭의 진입을 허용했으나 안전을 문제삼아 입국을 금지함으로써 양국 사이에 분쟁을 야기했다.

먼저 미국측이 멕시코 트럭의 진입을 거부하자 멕시코는 일부 미국상품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했다.

결국 미국 경제계는 미국 정부의 규제 조치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원만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캐나다 경제도 미국 시장에 편중돼 있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3개국 정상은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의견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중요 국정과제로 결정했으며 칼데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책 논의에 멕시코가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 국내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 문제가 한창 논의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양국 무역관계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며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경제계도 이미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북미경쟁력위원회는 정상회담에서 바이아메리칸 정책이 자유 무역과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웃하는 3개국 사이의 이민문제도 논의에서 빠질 수 없다.

미국에는 1천200만명에 이르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관계법을 손질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