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상사 처벌 등 근로계약서 명기 요구..번번이 퇴짜

경제위기로 제대로 된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진 중국에서 술 접대 강요 금지 등을 근로 계약서에 명기할 것을 요구하며 취업문을 두드리는 여대생이 나타나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녀를 '당당녀'로, 그녀가 내세운 근로 조건을 '사상 최고의 근로 계약'이라고 명명한 뒤 이 여대생이 보수성향이 강한 중국에서 과연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당녀의 사연은 지난 5일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근로 조건을 내세운 여대생,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누리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법정 공휴일을 보장해야 하고 술 접대 강요 등 직무 범위 밖의 일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성 희롱 상사는 즉각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여대생이 요구하는 근로 계약"이라고 소개한 뒤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그녀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나선 회사는 없었다"고 전했다.

학교 성적이 우수한데다 학생회 간부로도 활동한 그녀는 어렵지 않게 최종 면접까지 통과하곤 했지만 근로 계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로 조건을 내세웠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녀를 고용키로 했던 회사들은 그녀의 근로 조건을 검토한 뒤 어이없어하며 즉각 고용 결정을 취소했으며 심지어 "병원에 가보라"며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회사도 있었다.

이미 70여개 업체의 문턱까지 갔다 입사가 좌절된 그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여대생의 사연에 누리꾼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근로자의 권리인데도 그동안 누구도 문제 삼거나 제기하지 않았다"며 "그녀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이라며 여대생을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학교와는 다르다"며 "힘들어도 참아야 하고 싫어도 견뎌야 하는게 직장인인데 입사도 하기 전에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철부지'를 반길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그녀의 '무모한 도전'을 나무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둥(廣東)의 한 업체가 "그녀의 요구는 중국의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합리적인 것들"이라며 "고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 여대생의 취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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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