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의 세금 인상 시사 발언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 중 중산층 가계에 세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약속했다"면서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여건에서 중산층 가계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게 이치에 닿는다고 믿을 경제전문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은 세금 인상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으로 봇물을 이뤘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전날 미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전 세계에서 빌려오는 자금 규모를 합리적이고 안정된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아주 어려운 몇 가지 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벌써 직면하고 있는 부담을 불공평하게 더 늘리지 않는 방법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머스 위원장도 미 NBC방송에 나와 "무슨 사안이든 절대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보험 개혁안을 실행에 옮기려면 어디선가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세금 인상을 예고하는 사전 정지 작업인 것처럼 들렸다.

깁스 대변인은 "두 사람의 발언은 경기 회복 지속을 위해 재정 건전성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중산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시사한 게 결코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바마는 대선 때 연소득 25만달러 이하인 중산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