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한 가장이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20대의 딸을 살해해 인권 단체들이 조사에 착수했다.

30일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 자우다트 나자르는 지난 23일 이혼해 친정에서 살고 있는 딸 파디아(27)가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자르는 딸 파디아가 다른 남자와 몰래 통화하는 데 이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쇠사슬로 파디아를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이같은 사실은 팔레스타인인권센터(PCHR)와 메잔(Mezan) 등 인권단체 2곳이 경찰 조사와 법의학 보고서를 분석해 알려자게 됐다.

파디아의 시신을 조사한 의사 모함메드 술탄 박사는 "파디아의 머리와 얼굴이 피로 얼룩졌고 온몸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자르는 딸을 살해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가자 북부 경찰서에 자수했으며, 파디아의 남자형제 3명도 이번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인권단체들은 "파디아가 올해 들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명예 살인'의 10번째 희생자"라고 전했다.

중동지역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훼손한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 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럽혀진 가문의 명예는 부정을 저지른 여성의 피로 씻어야 한다는 믿음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국가들이 명예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을 비교적 가볍게 처벌하는 관행도 이런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한다.인권단체 PCHR의 모나 샤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 지역에서는 명예 살인을 저지른 범인에게 6개월에서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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