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9일 "나는 결코 반기업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제 개편을 해도 기업 활동에 유리한 쪽으로 하겠다"며 자신이 반기업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신용위기로 빚어진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를 호되게 비판하긴 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 미국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라스무센이 이날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은 49%로 취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기업가들로부터 들은 얘기들이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취임 전에는 몰랐던 점을 기업가들로부터 배운 게 있나.

"처음에는 취약한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얼마 전 제록스 AT&T 허니웰 코카콜라 등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점심식사를 할 때도 이런 얘기를 나눴다. 1980년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본이 우리 점심을 빼앗을 것을 걱정했다. 기업들은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실제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 문화가 바뀌면서 1990년대 경제 붐이 일었다. 그 자리에서 경제 붐을 일으키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건강보험,교육,에너지,정부가 거론됐다. "


많은 기업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취임한 지 이제 6개월이다. 지금까지 유일한 세제 개편은 95%의 근로자에 대한 세금을 낮춰주는 것이었다. 세금을 올리는 세제안에 사인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세제 개편을 해도 기업 활동에 유리한 쪽으로 할 것이다.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3,4개월 전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


잘못된 옛 관행이 살아나고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상당수 채권자들은 헤지펀드였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상황이었다. 자동차업체를 살리기 위해 손실 분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계약만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세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1979년 이후 가장 낮다. 재정수지를 맞춘다는 취지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극단적인 조치라고 보지 않는다. "


▶대통령이 반기업적이라고 인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과세 논의,이들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 제안,참모들 대부분이 비즈니스를 모르는 학계,변호사 출신인 점 등 때문이다.

"균형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보호주의자가 되지 않고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는 균형이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1960년대,1970년대 미국은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경쟁자들은 우리 한참 뒤에 있었다. 무역 정책이든 다국적 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이든 다른 국가들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 중국 일본에 시장을 활짝 개방했다. 그들은 스크린에 깜빡이는 한 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모든 게 변했다. 우리는 21세기 글로벌 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 세금 정책도 그 하나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나도 법인세가 인하되는 걸 보고 싶다. 하지만 미국 내 어떤 지방 기업들은 35%의 세금을 내는 데 비해 몇몇 포천 100대 기업은 12%의 세금을 낸다. 경기장을 평평하게 다져 경쟁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을 펴자는 것이다. "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경제위기를 맞아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 개혁 문제도 그렇다. 개혁 하면 재정적자만 불어난다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수수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나도 기업들의 이익 창출 논리와 자유시장 가격 결정이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하는 데 최선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시장이 더 잘 한다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건 급진적으로 보일지라도 과격한 건 아니다. "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