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상품시장의 경기회복 속도 지연 우려와 함께 미국 원유 재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급락했다.

2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로 6% 가량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전일대비 3.88달러(5.8%) 떨어진 배럴당 63.35달러를 기록했다.지난 4월 20일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다.

런던 석유선물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은 전일대비 3.29달러(4.7%) 하락한 배럴당 66.59 달러를 기록, 하룻만에 70달러선에서 물러섰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두바이유는 2.16달러 떨어진 배럴당 66.6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무려 515만배럴 증가한 3억478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전망한 당초 예상치는 130만~150만배럴 감소였다. 이로써 원유 재고량은 지난 5년 평균치를 9.5% 상회하게 됐다.

원유 선물의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재고량도 131만배럴 증가한 3210만 배럴을 기록했다. 정제유 재고는 210만배럴 증가한 1억6260만배럴로 7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 예상치는 100만 배럴 증가였다.

이처럼 원유 재고가 증가한 까닭은 수입량이 일 평균 1000만 배럴 정도로 전주대비 8.9% 증가한 반면, 정제가동률은 1.5%P 하락한 84.6%에 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휘발유 재고량은 7주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232만배럴 줄어든 2억1310만배럴을 기록했다. 미국의 일 평균 연료 소비는 평균 1870만 배럴로 전주 대비 1.1% 감소했다.

필 플린 PFG베스트 부회장은 "우리는 필요 이상의 기름을 가지고 있다"며 "이 재고량을 감소시키거나 유지할만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재고량 증가는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어 주말에는 60달러선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검토 중인 상품 선물거래 투기제한 조치도 국제유가의 하락을 이끌었다.

CFTC는 지난 해 유가 급등의 원인은 투기세력의 가격 조종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상품의 선물 거래에 대해 상품 투자 포지션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돈 카스트로 골드만삭스 전무는 "지수 연계 투자와 같은 비전통적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이 가끔 잘못 규정되기도 한다"며 "투기 억제 조치들이 (에너지)시장에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상무부가 6월 중 미국의 내구재 주문량이 전월대비 2.5% 감소했다고 발표한 이후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다우존스공업지수는 전일대비 26.00포인트 하락한 9070.72에 마감돼 유가 하락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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