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회복.은둔.가족.자숙형 등 다양
기간은 보통 2~4주..국내 안 벗어나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국의 정서와 개인적 취향이 합쳐져 제각기 특색을 지닌 세계 주요국 정상의 여름휴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를 감안해 조용하게 휴식할 예정인 정상들이 많은 가운데 구설수가 많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대통령이 '자숙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휴가 기간은 보통 2~4주이고 휴가 장소는 대체로 자국 내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오바마 '어려워도 휴가는 휴가답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매사추세츠주의 유명 휴양지인 마서스 비니어드(Martha's Vineyard)의 한 고급 여름 별장에서 보낼 예정이다.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28일 오바마 가족이 올여름 피서지로 수영장과 전용 해변, 농구장 등의 시설이 딸린 케이프 코드 인근 마서스 비니어드의 2천만달러짜리 저택을 정하고 주인과 임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서스 비니어드 지역신문인 `비니어드 가제트'의 보도를 인용해 오바마 가족이 지난 2007년 미국에서 가장 비싼 마을로 꼽힌 칠마크 소재의 `블루 헤런 팜'(Blue Heron Farm)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1주일 렌트비가 최고 5만달러에 육박하는 이 여름 별장은 방 5개짜리 빅토리아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저택으로, 펜실베이니아주 양식의 헛간과 버몬트주 스타일의 오두막 등 3개의 별채가 딸려있다.

아직 정식으로 임대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3개의 별도 임대 계약을 통해 오바마 가족이 지낼 거처의 임대료는 자비로 부담하고 경호원들과 대통령 관계자들이 지낼 곳은 각각 대통령 경호실과 백악관에서 부담하는 식의 임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CNN은 퍼스트레이디 미셸 여사와 두 딸 말리아, 사샤가 사나흘 앞서 휴양지에 도착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입법 문제 등 국정현안을 마무리한 뒤 다음달 마지막 주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저택은 미시시피주의 목재 거래상이자 공화당원인 윌리엄과 몰리 밴드벤더 소유로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존 매케인에게 선거법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의 기부금을 낸 바 있다.

앤서니 피셔와 그의 부인이 이 저택을 소유했을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이곳에 초대된 적이 있다.

클린턴 가족은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수시로 휴가를 보냈지만 오바마 가족처럼 자비로 지낸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르코지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9일 각의를 마친 뒤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와 함께 남프랑스 휴양지 코트다쥐르의 네그르 곶에 있는 브루니 여사의 가족별장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작년에도 이곳에서 조깅과 산책을 하면서 조용한 휴가를 보내 미국의 뉴햄프셔 주 위니페소키 호숫가의 고급 별장에서 떠들썩한 '여름나기'를 했던 취임 첫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었다.

지나치게 빡빡한 스케줄과 과중한 업무 때문에 피로가 쌓였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26일 조깅 중 쓰러지는 등 건강에 이상신호가 발견됨에 따라 내달 21일까지 휴가 동안 충분한 휴식으로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 근처의 공원에서 무더운 날씨에 조깅을 하던 중 쓰러져 주치의의 응급 처치를 받은 뒤 헬기편으로 파리 발드그라스 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었다.

그는 병원에서 뇌파검사(EEG),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다음날 퇴원했다.

◇ 브라운 휴가지는 '소파'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번 주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스코틀랜드 지역구인 커콜디 인근 자택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

40세 때인 2000년 9살 연하 사라와 결혼한 브라운 총리는 존(5), 프레이저(3) 두 아들을 두고 있으며 프레이저는 낭포성 섬유종을 앓고 있다.

총리 대변인은 자세한 휴가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은 채 "외국으로 가지는 않고 지역구에서 쉬다가 8월 말에 런던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브라운 총리의 휴가지는 소파"라고 보도했다.

브라운 총리는 휴가계획을 묻는 말에 "그동안 일 때문에 보지 못했던 크리켓, 테니스 등 스포츠 경기에 푹 빠져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들들과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하고 애들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도 함께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총선 눈앞 메르켈도 장기휴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총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 25일 3주 계획으로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

독일에서는 여름 휴가철에 선거운동을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휴가를 가지 않으면 '일을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이미지를 준다.

메르켈 총리는 휴가 첫날에는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에 참석했지만 그 이후 일정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그가 이탈리아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9월27일 총선에서 기민당(CDU)의 메르켈 총리에 맞서 사민당(SPD) 총리 후보로 나서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은 벌써 이탈리아의 알프스 산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사민당의 지지율이 기민당에 1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는데도 이탈리아 산간도시 볼차노를 찾아온 TV 기자에게 "여기 날씨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베를루스코니는 '자숙의 시간'

최근 각종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휴가를 '자숙의 시간'으로 보낼 예정이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26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여름휴가를 대신해 지난 4월 강진이 발생해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서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남부의 가톨릭 성지를 방문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매년 여름 사르디니아 섬의 별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미녀들과 즐기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사진에 잡히는 등 흥청망청한 휴가를 즐겼으나 최근 잇단 추문으로 지지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위기감이 커지자 이 같은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휴가 중 다친 교황 "내 차례 기다리겠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달 이탈리아 북서부 알프스 지역인 발레 아오스타 주(州)의 레스 콤베스 디 인트로드 마을에서 2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손목을 다치기도 했다.

교황은 이 마을의 한 샬레(오두막집)에서 머물던 중 넘어져 인근 병원에서 손목 수술을 받았다.

이탈리아 ANSA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손목 골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X-레이 사진을 찍을 당시 다른 환자들의 뒤에 서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복막염 환자가 수술 중이어서 교황의 손목 골절 수술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으며, 그는 수술 뒤 퇴원해 여름 휴양지로 되돌아왔다.

◇ 中 지도부의 여름휴가는 '죽의 장막' 뒤

중국 최고지도부가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국가 중대 사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올해 열릴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회의는 당.정.군 고위인사들의 여름 휴양시설인 허베이(河北)성 보하이(渤海)만의 베이다이허에서 여름에 열리는 비공식 회의로, 권력의 심장부인 중난하이(中南海)를 옮겨놓은 것으로 불리기도 한다.

1953년 이후 매년 열린 이 회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직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지시로 처음으로 중단되고 나서 2006~2007년 2년 연속 이어졌으나 올림픽을 앞둔 지난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의 동정과 일정을 기밀로 간주하고 있어 중국 언론들도 회의 전에는 절대로 관련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관영 언론들이 회의가 열린 뒤에 지도부의 연설 장면을 보도하거나 홍콩 언론들이 소식통을 인용해 회의가 열렸다는 정도의 선에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지 않은 해에는 후 주석이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내는지를 알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최근의 베이다이허 회의는 2007년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여름에 열렸는데 시진핑(習近平), 리커창(李克强) 등 차기 지도부도 이곳에서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올해는 건국 60주년 행사를 앞둔 데다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유혈 시위사태가 발생하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아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통상 회의는 7월 말 또는 8월 초에 열리는데 이 기간에 맞춰 중국 외교부도 약 일주일간 정례브리핑을 중단하는 등 각 부처도 휴가 체제로 들어간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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