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확보를 위해 엔화 차관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들의 전략 광물 조달을 측면에서 적극 돕겠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휴대폰과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원국에 엔 차관을 지원하는 방안을 수립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희귀금속은 이트륨 등과 같은 희토류와 백금 텅스텐 등 산업용 핵심 소재로,주요 보유국 중 하나인 중국의 수출 규제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다.

희귀금속의 미개발 광산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국가의 철도 도로 등 광산 주변 인프라 정비사업에 엔 차관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일본 기업의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엔 차관 제공을 통해 자원보유국과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일본 기업이 광산개발권 등 권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산업계에선 첨단 전자제품 등에 꼭 필요한 희귀금속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석유천연가스 · 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일본 민간 기업이 개발에 참여하는 광산 주변 인프라 정비사업을 선정한 뒤 사업별로 수천만엔(수억원)을 들여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인프라 정비 대상은 철도와 도로,발전소 건설이 중심이다. 사업 선정 후에는 조사를 통해 채산성과 안전 면에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 뒤 엔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철도와 도로 등의 인프라 정비는 규모가 커 차관 규모가 건별로 수백억엔(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에 따라서는 일본정책금융공고 국제 부문인 국제협력은행(JBIC)의 대출이나 일본무역보험(NEXI)의 무역보험 등을 활용한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우선 10건 정도를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는 이미 미쓰이물산 등이 추진 중인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의 망간 광산 주변 철도 정비사업과 이토추상사 등이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의 보크사이트 수송로 정비사업,미쓰이금속 등이 페루에서 벌이고 있는 아연 광산 송전사업 등이 포함됐다.

개도국은 원유와 희귀금속 등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변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 개발에 착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광산 주변 인프라를 정비해주면 일본 기업이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고,해당국도 자원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