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국인 한국에서는 점차 잊혀져가는 한국전쟁이 참전국인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참전용사들의 피를 통해 면면히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전쟁 휴전 기념일인 7월27일 미 전역에서는 백악관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집에 조기가 게양됐다. 미 의회,한국전쟁기념관 등에서는 휴전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이날 오전 워싱턴 재향군인회와 미국 측 한국전쟁 휴전기념위원회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앞에서 공동 기념식을 가졌다. 미국 측에서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이,한국에서는 한덕수 주미대사를 비롯한 대사관과 국가보훈처 관계자 등이 각각 대표로 참석했다. 양국 참전용사 등 30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세키 장관은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는 약 60년 전에 자신을 고귀하게 희생한 이들에 의한 것"이라며 유엔군의 참전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오후 미 의회에서는 찰스 랭글 미 하원 세입 · 세출위원회 위원장이 참전 노병들과 한인단체 대표,한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휴전 기념 리셉션을 마련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랭글 위원장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가 지켜내려고 한 대의는 공산주의자들의 공세에 맞서 한국인들을 구해냄으로써 무엇보다도 더 아름답게 구현됐다"면서 "한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한 나라 중 하나가 돼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또 다른 참전용사인 샘 존슨 하원 의원은 "우리가 사랑하는 자유는 공짜로 주어진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랭글 위원장은 최근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조기를 달게 하는 데 기여한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전의 영웅이기도 하다. 한 대사는 리셉션에서 "1950년 11월29일 북한 대동강 근처 근우리에서 랭글 일병의 부대가 중공군에 매복을 당했지만 그는 부상을 무릅쓴 채 전우 40명의 생명을 구해냈다"고 소개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250㎞가량 떨어진 스태퍼드셔의 영국 국립전쟁기념공원에서도 한국전에 참가했던 70~80대 노병 400여명과 가족 등 700여명이 부르는 애국가 소리가 힘겹지만 가슴 벅차게 울려퍼졌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쟁 휴전 5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낸 회비로 마련한 것으로 올해로 18년째를 맞았다.

전날 호주 시드니 무어파크에선 한국전쟁 기념물 제막식이 열렸다. 한국의 김양 국가보훈처장과 양국 참전군인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현지 신문인 오스트레일리안은 "이 기념물은 '잊혀진 전쟁' 취급을 받아온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고 전했다. 한국전쟁에는 총 8407명의 호주 군인이 참전해 339명이 숨지고 1216명이 부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