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변인은 협정 체결 부인

아프가니스탄의 한 지방정부가 탈레반과 휴전협정을 체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아프간 북서부 바드기스주(州) 대변인인 세야마크 헤라위는 "지난 25일 탈레반과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이 유지되는 한 정부는 탈레반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탈레반 역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탈레반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지역 후보들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으며, 당국이 선거 사무소를 설치ㆍ운영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헤라위 대변인은 "이번 협정은 탈레반 지도자와 부족 원로들 그리고 지역 유지들의 중재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뉴스통신사인 파지와크 아프간 뉴스는 '탈레반은 아프간 경찰이 선거 사무소에 대한 경비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평화 협정의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전했다.

또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전사들은 모두 민간인의 아들과 딸들이다.

따라서 그런 협정을 맺을 필요가 없다"며 협정 체결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정부와 협정을 체결한 세력이 탈레반 핵심 세력이 아닌 온건 탈레반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어쨌든 바드기스 주 정부와 탈레반 간의 이번 협정은 내달로 예정된 아프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서 탈레반이 치열한 게릴라전을 펴면서 아프간 전역의 치안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시점에 체결돼 주목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평화정착을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강력히 주장해온 터라 바드기스주의 사례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도 카르자이 대통령 측은 탈레반과의 휴전협정 체결을 환영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나라에서 처음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이는 다른 주 정부가 모델로 삼아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정부도 이날 온건파 탈레반에 대해 정치적인 화해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무장세력과 화해를 통한 정치적 전략이 필요하다.

하위 탈레반이 싸우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 대원 출신들이 현 의회에 진출한 사례가 있고, 또 무사 칼라의 행정관은 2007년 탈레반을 떠난 인물"이라며 "그들이 평화적인 미래와 아프간 헌법을 수용할 준비가 됐다면, 지금 무장세력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이런 전례를 따르지 않으리라 단정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