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학적부와 함께 가난한 청년들의 미래도 실종

중국 황하 강변 마을인 우부의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던 쉐롱롱씨는 2년 전 대학 졸업 직후 낭패를 당했다.

그의 학업 성적과 등수, 교사와 동급생들의 평가 등이 담긴 학적부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중국에서 학적부는 대학 진학과 취업 등에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정부 기관과 학교 등의 캐비닛에 극비리에 보관된다.

학적부를 잃은 쉐씨는 국영 석유회사에 취직하려던 꿈도 포기하고 전단지 배부와 인터넷카페 서빙 일을 하다 지금은 부동산 판매업을 하고 있다.

석유회사에서 735달러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지금은 90달러의 월급을 받으며 슬럼가에 작은 방을 얻어 살고 있다.

결혼할 예정이었던 여성은 떠났고 그의 어머니마저 신경쇠약에 걸렸으며 집안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쉐씨처럼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학적부를 잃어버린 우부의 대학 졸업생은 10여명에 달한다.

지방 관리들은 학적부가 관청 건물 1층에서 2층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분실됐다고 해명했지만 피해자들은 부패한 관리들이 학적부를 빼돌려 팔아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부패가 만연한 중국 지방정부에서 성적 우수자의 학적부가 관리들에 의해 빼돌려지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중국의 부패한 관리들에게 학적부는 주요한 축재(蓄財) 수단이다.

후난성의 한 전직 관리는 지난 5월 자기 딸의 동급생의 학적부를 7천달러를 주고 빼내 이 학적부로 딸을 대학에 입학시킨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4년 전에는 지린성의 교사들이 학생 2명의 학적부를 각각 2천500달러와 3천600달러에 팔아넘긴 혐의로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내부 고발을 유도하기 위한 부패 고발 핫라인을 지난달 설치했으며 일부 지방정부는 관리들에게 재산을 공산당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쉐씨와 함께 학적부를 잃어버리고 일용직 노동자가 된 왕진둥씨는 그러나 지방관리들의 부패가 척결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왕씨는 "중앙정부가 경제나 개발을 내걸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지방 수준에서는 부패한 관리들이 주민들로부터 돈을 쥐어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