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중국 저장상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부터 중국 부동산과 증시에서 투자자금을 대거 회수했던 이들은 최근 들어 또 다시 부동산 투자와 자원 사재기에 열중하고 있다.유럽 명품 브랜드 사냥에도 나섰다.마이클 잭슨 사망 직후 상하이 인근 섬에 중국판 네버랜드를 짓는 프로젝트까지 추진중이다.

‘중국에서 시장이 있으면 저장상인이 있고 시장이 없으면 저장상인이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장상인은 중국 시장경제의 선봉으로 통한다.지난해 중국 500대 민영기업에 오른 저장성 기업은 174개.11년 연속 1위다.저장상인의 행보는 중국식 시장경제의 금융위기 이후 향방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는 지적이다.특히 저장상인 중에서도 중국 유대상인으로 불리는 원저우상인들의 단체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유럽 브랜드 사냥중

저장성의 성스요트는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고급 요트 브랜드 달라 피에타를 1억위안(18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동방조보가 보도했다.달라 피에타의 공장과 토지는 인수대상에서 빠졌다.중국언론들은 지난해 11월 저장완통알미늄이 세운 성스요트는 출범 1년도 안돼 세계 5위권 내에 드는 50년 역사의 호화 요트 브랜드를 인수하게됐다고 전했다.성스요트의 행보는 중국 부호가 늘면서 명품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상투자그룹의 쑨샤오페이 회장 등 4명의 원저우상인은 프랑스 피에르가르뎅의 중화권내 사업권을 함께 사들이는 동시에 피에르가르뎅 지분에도 투자하기로 회사측과 합의했다고 제일재경일보가 전했다.이들은 피에르가르뎅이 100여개 국가에 두고 있는 유통망을 타고 원저우 브랜드의 세계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쥐이 지얼다 등 8개 원저우 기업 관계자 10여명은 지난 6월말 이탈리아로 날아가 제옥스 알코나 등 50여개 현지 의류 및 신발 브랜드 인수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이탈리아 업체들은 이달 중 원저우에서 추가협상을 가질 예정이다.원저우상인들은 오는 9월 이탈리아이외 다른 유럽 국가의 브랜드 인수를 위한 투자 시찰단도 조직할 예정이다.이와 별개로 원저우상인 20여명은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을 수행한 300여명의 투자사절단에 참여하기도 했다.원저우상인의 명품 사냥은 세계의 하청 공장으로 부(富)를 축적한 중국식 시장경제가 독자브랜드 구축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보여준다.원저우시정부는 해외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에 연구소나 유통망을 구축하는 기업에 최고 15만위안을 장려금으로 주는 정책을 시행중이다.포드의 스웨덴 자회사인 볼보를 인수하기로 기본합의했다고 중국언론이 전한 지리자동차도 저장성의 민영기업이다.

◆자원과 부동산 사재기 재개

중국에서는 스테인리스강 가격이 4월 이후 반등하기 시작한 주요인으로 원저우상인들의 니켈 사재기를 꼽고 있다고 제일재경일보가 최근 보도했다.원저우 상인들이 지난 2월부터 30억위안을 투자,니켈 4만t를 사재기하면서 니켈 가격이 뛰었고 때문에 이를 핵심원료로 쓰는 스텐레스강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는 것이다.런던금속거래소에서 2월 t당 9338달러까지 떨어졌던 니켈 가격은 최근 15000달러까지 올라왔다.원저우상인들은 니켈사재기로 이미 10억위안이상의 평가차익을 남겼다고 중국비철금속보는 전했다.하이브리드자동차가 각광받으면서 2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니켈 수요 급증을 예상했다는 분석이다.

원저우상인은 이미 2001년 석탄 사재기에 나설만큼 원자재 투자에 소질을 보여왔다.석탄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당시 400억 위안의 원저우 자본이 흘러 들어가면서 산시성 중소탄광의 60%를 차지했다.원저우상인들은 2003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면화를 사재기하기위해 30억위안을 투자한 뒤 면화가격이 급등한 이듬해 털고 나오기도 했다.2007년에는 국제유가 급등을 타고 중국 서부는 물론 해외의 소규모 유전에도 투자했다.원저우상인이 소유한 신장위구르자치구내 유정만해도 120여개로 총50억위안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저우상인들은 최근 부동산투기단을 다시 조직해 상하이 선전 등지를 돌면서 가격 급등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저우더원 원저우시중소기업촉진회 회장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전 원저우자본들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동산시장에서 각각 450억위안,500억위안을 회수했다”고 전했다.이 자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부동산시장이 2007년의 과열 양상 재연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중국판 네버랜드 만들고 대부업도 진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옛 저택 `네버랜드‘의 축소판이 상하이 인근 섬인 충밍다오에 건설된다고 상하이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추쉐판 상하이 원저우상인회 부회장은 잭슨이 한번도 중국을 방문하진 않았지만 중국인 팬들을 위해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1억 위안을 투자해 네버랜드 17분의 1크기로 관광명소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그는 공개경매와 개인구매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잭슨의 장갑 등 생전 유물을 수집, 1년 안에 1기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상하이판 네버랜드 건설은 경제성장 동력을 제조업에서 테마파크등 서비스업으로 다원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상하이시는 월트디즈니와 함께 상하이에서 디즈니랜드를 개장하기로 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허용키로 한 대부업에도 저장상인들이 선봉에 섰다.저장성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예금은 못받지만 대출을 할 수 있는 대부업을 시범적으로 허가해주고 있다.특히 원저우상인들은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저우더원 회장은 벤처캐피털에 투자된 원저우 자본만 1500억위안에 이른다고 전했다.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스닥의 연내 개장을 겨냥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