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500억달러 규모의 특별인출권(SDR)을 새로 발행해 회원국들에 배분한다.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목적이나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첫 단계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IMF 집행이사회는 20일(현지시간) 2500억달러(1611억SDR)의 SDR를 추가로 발행,186개 회원국들의 외환 유동성을 보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00억달러는 신흥국가와 개발도상국에 배분된다. IMF는 다음 달 7일까지 전체 회원국 중 85%의 의결권을 갖는 이사국들이 승인하면 내달 28일부터 배분에 나설 계획이다.

IMF가 SDR를 발행해 배분하는 것은 1970~1972년 93억SDR,1979~1981년 121억SDR에 이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총 발행 규모는 214억SDR에서 1825억SDR로 대폭 늘어난다. 이번 발행은 지난 4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영국 런던에서 세계 금융 및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는 차원에서 IMF의 재원을 총 1조1000억달러 마련키로 한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회원국은 기존에 배분받은 SDR 쿼터의 74%가 더 늘어나게 된다. 미국 275억SDR를 비롯 △일본 98억SDR △중국 59억SDR △인도 30억SDR △브라질 22억SDR △한국 22억SDR(약34억달러)를 새로 받는다. 회원국들은 배분받은 SDR를 △그대로 보유하거나 △연 0.3%의 이자를 지급하고 달러,엔,유로화 등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저개발 회원국에 대출 혹은 기부할 수 있다. IMF는 이와 관련,SDR 추가 배분이 경제위기에 상당한 지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의 SDR 발행이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자벨 마테오스 IMF 고문은 "2500억달러는 전 세계 자산 보유액의 3%에 불과하지만 이런 조치가 반복될 경우 SDR의 역할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SDR를 달러를 대체하는 세계 기축통화로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러시아 인도는 달러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SDR를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SDR 추가 발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IMF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주르겐 스타크 전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새로운 SDR는 현금 발행인 셈이어서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전 세계에 마구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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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R=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의 환율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1969년 고안,창출됐다. 국제적인 보유 자산과 무역결제 통화로 사용되는 금과 달러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를 보완하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주요 통화가 변동환율 체제로 바뀐 데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각국 정부의 차입도 촉진되는 바람에 SDR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SDR 가치는 달러 엔 유로 파운드 등 4개 주요 통화를 바스켓으로 구성해 산출되며 20일 현재 1 SDR는 1.55860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