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도박 시장인 마카오가 '핀치'에 몰리고 있다. 관광객은 감소하고 있는데 카지노 설비는 증설돼 여기저기 짓다가 만 도박장이 즐비한 실정이다. 도박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세계 카지노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홍역을 앓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카오 특별행정구는 지난 상반기 카지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어든 514억파타카(64억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2년 카지노 시장을 해외 자본에 개방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 1~5월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890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6%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반부터 국민들의 도박중독을 방지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마카오 비자 발급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인 관광객은 16.9% 감소한 440만명에 그쳤다. 인구가 55만명에 불과한 마카오 경제에 관광객 급감은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과도한 확장 경쟁도 부실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마카오 '카지노 대부'로 불리는 스탠리 호의 아들인 로렌스 호가 호주의 제임스 패커와 손잡고 '시티 오브 드림스'라는 리조트를 개장,카지노 수용 가능 인원은 14% 증가했다. 스탠리 호의 SJM도 연말까지 카지노 2개를 추가로 열 예정이어서 카지노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마카오에 진출한 외국 카지노 자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 마카오 당국이 스탠리 호가 독점하고 있던 카지노 시장을 개방한 이래 라스베이거스샌즈 윈리조트 MGM미라지 등 글로벌 카지노업체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마카오에서 세계 최대 카지노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샌즈는 현재 자금난으로 부채 상환을 못해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지난해 하반기 확장 사업을 중지한 상태다. 라스베이거스샌즈는 자금난 타개를 위해 마카오 카지노를 분사,오는 8월 홍콩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큰손들이 줄어든 것도 마카오 위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큰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카라 게임의 매출이 1분기 19%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호황의 거품이 꺼진 상태다. 카지노가 고용을 줄이면서 라스베이거스 지역 실업률은 2007년 5월 4%에서 올 6월 12.3%로 세 배 이상 높아지며 미 평균 실업률(9.5%)을 훨씬 뛰어넘었다. 경제난에 라스베이거스 지역 인구도 지난해 7월까지 1년 동안 1만명 이상 줄어들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