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법원은 20일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해 횡령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페루 법원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정권이 무너지기 2개월 전에 당시 정보부장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에게 정치공작용으로 1천500만 달러를 준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이같이 선고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당황한 표정없이 항고 방침을 밝히고 법정을 떠났다.

후지모리 피고가 이날 몬테시노스에게 돈을 준 것은 쿠데타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펴는 등 활발한 자기 변론을 하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딸 게이코 의원의 대선 운동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후지모리는 "나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이미 오래 전에 마음속으로 나를 용서했다"고 주장하고 법원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재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법정에서 어떠한 정의도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후지모리 피고는 지난 주 재판이 시작될 당시 공금을 불법 사용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후에 몬테시노스의 사무실에서 그 돈을 회수하여 반납한 만큼 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앞서 재임 10년간 암살대 활동을 허가한 혐의 등 인권침해 죄로 지난 4월 이미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권력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6년형도 선고받았다.

페루 형법은 그러나 징역형에 대해 누적 형벌을 인정하지 않고 최대 25년 징역형을 인정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후지모리 피고가 피의 사실을 빠르게 순순히 인정한 것은 재판이 길어질 경우에는 오는 2011년에 실시되는 대선에 출마할 예정으로 있는 게이코 의원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게이코 의원은 이미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친에 대해 사면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70세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불법적인 전화도청 등을 허가한 혐의에 대한 재판도 남겨놓고 있다.

(리마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