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임 미국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고 수행한 감청 활동을 정당화하는 법률적 토대를 제공한 한국계 존 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가 16일 당시 감청 활동이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에 올린 기고문에서 "해외정보감시법(FISA)와 같은 법률이 미국에 대한 잠재적인 공격을 막기 위한 군사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법무부 등 5개 정부 기관의 감사관들은 부시 전 행정부의 감청 활동에 대한 보고서에서 영장 없는 감청 활동은 FISA 위반 소지가 있다며 유 교수를 비판한 바 있다.

유 교수는 그러나 "미 의회가 FISA를 제정한 것은 냉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시기였다"며 "9.11 위원회가 지적했듯이 국내 법 집행과 해외 정보활동 사이에 FISA가 쳐놓은 벽은 역기능적이었고 9.11 테러 예방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FISA는 감청을 위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정부는 목표 대상이 외국 요원임을 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소련의 간첩과 달리 테러리스트는 특정하기가 어렵다"며 "이들을 추적할 최선의 방법은 이들의 소통 채널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카에다 요원을 발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과 미국을 오가는 모든 이메일과 텍스트, 전화 교신을 감시하는 것이며 이는 도로나 공항 검색에서처럼 무고한(innocent) 교신의 검색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교수는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에게 FISA는 국제 테러조직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지 않은 진부한(obsolete) 법이었다"며 "미국의 건국자들은 이러한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사상가 존 로크와 알렉산더 해밀턴 등을 인용해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는 행정 권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5개 기관 감사관들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언론이 부추긴 역풍에 가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 교수는 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국내외 교신을 방해하도록 허용한 것과 애국자법(Patriot Act)의 합헌성을 옹호한 2002년 연방 항소법원 판례 등을 들며 감사관들이 국가적 위기에 대처한 미국 대통령들의 역사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