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통화팽창을 이끈 국가 주도 은행시스템이 중국 경제를 급반등시켰다. "

16일 발표된 중국의 2분기 성장률 7.9%(전년 동기 대비)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다. 리샤오차오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경기회복 기조가 아직 불안정하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세계는 중국 경제의 급반등세가 세계 경제의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JP모건이 중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7.8%에서 8.4%로 높이는 등 투자은행들은 잇따라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중국 정부의 목표치(8%)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월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처럼 전분기 대비 연율로 환산할 경우 중국은 2분기에 무려 1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를 바닥에서 탈출시킨 건 중국 지도부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위기가 본격화되자 빠르게 수출 지원을 확대하고 유동성을 늘리는 등 응급조치에 나서며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에만 7조3600억위안의 신규 대출을 풀게 했다. 6월 M2(총통화) 증가율은 28.5%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월지는 중국의 통화공급 속도가 미국의 3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주도형 경기부양책은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돈이 왕창 풀리고 있는 데다 핫머니까지 유입되면서 자산버블과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인민은행이 최근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두마차(투자 · 수출 · 내수)가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니라 투자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도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만은 할 수 없게 만든다. 6월 도로 항만 등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35.3%로 연초(26.1%)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소매판매 증가율은 15.0%로 전월(15.2%)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연초의 18.5%에도 못 미친다. 중국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돈을 쥐어주며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사라고 하는 현실에서 보면 기대 이하다. 수출 역시 바닥권이다. 6월 수출증가율은 -21.4%로 전월보다 5.0%포인트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20%대를 기록 중이다. 결국 투자만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친 만큼 하반기 경제운용을 응급처방식 투자보다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소비 확대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