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분리독립 압력 증가.. 도전받는 제국

중국은 붕괴한 옛 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다음은 중국 신장위구르의 유혈사태를 계기로 칼럼니스트 기든 래치만이 14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1991년 옛 소련이 무너졌을 때 소련은 엄밀한 의미에서 한 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분명해 졌다.

그냥 무력에 의해 합쳐진 다국적 제국이었을 뿐이다.

언젠가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인들은 물론 이런 말에 화를 낸다.

중국 정치가들은 경제문제에서는 현대적인 마인드를 갖춘 실용주의자들이지만 영토문제가 나오면 곧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으로 돌아간다.

대만 독립은 "분열주의자들"이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인면수심의 괴물"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주 폭동을 일으킨 이슬람 위구르인들은 사악한 외국세력의 앞잡이로 비난한다.

학자인 데이비드 샴바우에 따르면 중국이 소련붕괴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은 "독선적인 이데올로기와 자기주장에 빠진 엘리트, 발육이 중지된 당조직, 침체된 경제"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인상적인 리스트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옛 소련은 다양한 민족의 압력 때문에 결국 분리됐다는 점이다.

소련은 1991년 연방을 구성하는 공화국들로 분리됐다.

물론 중국이 똑같지는 않다.

소련은 인종적으로 러시아인이 인구의 반 정도였다.

이에 비해 중국은 한족이 인구의 92%를 차지하지만 티베트와 신장은 예외다.

티베트 인구의 90%는 아직 인종적으로 티베트인이며 신장에서는 위구르인이 인구의 반이 조금 못된다.

어느 지역도 나머지 중국과 편안하게 통합되지 못한다.

신장에서는 지난주 1989년 천안문 광장 사태 이후 최악의 유혈 민간인 폭동이 일어나 180명 이상이 사망했다.

티베트에서는 지난해 올림픽 직전 심각한 소요가 발생했다.

인구 13억이 넘는 중국에서 티베트인 260만명과 신장의 위구르인 2천만명은 대단치 않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중국 땅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부족한 석유와 가스자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러시아가 시베리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두려워하듯 중국은 이슬람 신장지역이 중앙아시아로 편입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족 이민자들은 신장을 뒤흔든 인종 폭동에서 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신장소요사태에 대한 중국의 감정적이고 무례한 언행은 도전받는 제국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나는 1990년대 중반 인도네시아 정부가 좋은 도로와 학교를 지어줬는데도 은혜를 저버린 동티모르인들에 대해 몹시 분개하는 인도네시아 장군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중국은 자국 국경 내의 인종적 내셔널리즘을 특히 이해하지 못한다.

정부 관리들이 "민족자결"의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이해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국 재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오랜 선전과 분열된 중국의 재앙적인 역사는 이런 태도가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과거 공산당 통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대만인들이 원한다면 독립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그의 진보주의는 일시에 사라졌다.

그런 일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며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와 신장이 별도의 국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결코 터무니 없는게 아니다.

중국은 두 지역이 모두 분리할 수 없는 조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지만 두 곳 모두 20세기에 독립을 경험했다.

신장에는 단기간 동투르키스탄이 존재하다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멸망했고 티베트는 1912년부터 1949년까지 사실상 독립을 경험했다.

현재 상태로는 중국이 나눠지는 일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오랜 세월에 걸친 한족의 신장 및 티베트 이주정책은 분리적 경향을 약화시킨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독립을 요구조차 하지 않는다.

일부 위구르인들은 더 호전적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은 지도자가 없고 티베트의 명분을 지지하는 국제적 동정여론이 부족하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시대 소련제국의 동유럽 상실은 소련연방 내부에 어느 정도 정치적 소요를 일으켰지만 현대 중국에는 이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훨씬 성공했으며 국가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피를 흘리겠다는 의지도 훨씬 강하다.

분리주의에 대한 폭력적 억압은 당분간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독립운동이 세대를 넘어 유지되도록 하는 불만을 낳을 소지가 있다.

현재로서는 신장과 티베트의 활동가들이 실패했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왕왕 겪는 운명이다.

소련 시절에도 조국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았던 발틱과 우크라이나 망명자들은 오랫동안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이겼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