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부시 전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이 행한 반(反) 테러 프로그램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곤욕을 겪고 있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하는 글을 기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제1부차관보를 지내기도 한 리즈 체니는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바마는 냉전을 다시 쓰고 있다'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모스크바와 카이로 등에서 행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리즈는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냉전 종식과 관련해 러시아와 동구 유럽 국민들이 `제로섬 게임'을 피하고 평화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연설한 내용에 대해 "이는 러시아식 버전이며 동구의 몰락은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패한 것이 진실"이라며 "미국의 대통령이 모스크바 학생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또 프랑스에서 열린 나토미팅에서 세계 평화 수호자로서 `미국의 예외주의(Exeptionalism)'를 깎아 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오바마식 예외주의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특히 리즈는 미국의 핵 감축이 북한과 이란의 핵 야망을 포기시킬 것이라는 내용으로 오바마가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미사일 방어 예산을 삭감하고 전략적 핵무기를 감소시키기를 북한과 이란이 기다리고 있다고 정말 믿고 있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리즈는 1950년 4월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미국의 무장해제에 사인함으로써 더 큰 위험을 촉발시켰던 사례를 오바마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충분히 자신을 지킬 힘이 없으면서 적들에게 호의적인 자세를 취했던 사람이 스스로의 자유를 지킨 전례는 역사상 없었다"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