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기 정권을 결정할 중의원 선거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공동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참패했다.

12일 실시된 도쿄도의회 선거 개표 결과 자정 현재 전체 127석 중 공동 여당은 61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66석으로 과반 의석(64석)을 넘겼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은 54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이 됐다.

이에 따라 아소 다로 총리는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인해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릴 전망이다. 아소 총리는 도의회 선거 직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왔다. 그러나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로 여당 내에서 조기 해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아소 총리 사퇴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4연승한 데 이어 수도권 의회에서도 약진함에 따라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이르면 13일 내각불신임 결의안과 총리문책 결의안을 중의원과 참의원에 각각 제출해 아소 총리를 압박할 계획이다. 야당의 내각불신임 결의안 제출에 대응, 아소 총리가 전격적으로 중의원 해산 · 총선거를 단행해 정권 신임을 국민들에게 직접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소 총리는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마친 뒤 1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 내외에서 이런저런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러 조건을 충분히 감안해 조만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귀국 후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는 "도의회 선거 결과는 국정과는 관계 없다"고 말해 선거에서 패배해도 총리직을 사퇴하지 않고 자신이 중의원을 해산시킨 뒤 선거를 주도할 방침임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는 도의원 선거에서 민심 이반을 확인하고도 대책 없이 중의원 선거를 강행할 경우 '참패를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해 아소 총리가 실제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