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치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수십년간 중남미 쿠데타 세력의 배후로 지목돼온 '과거'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일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어떤 다른 나라에 대해 어떠한 정부 시스템도 강요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며 어느 정당이나 개인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감히 선택을 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복귀를 지지하고 있지만 셀라야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은 아니며 우리가 동의하든지 안 하든지 상관없이 국민이 그 나라 지도자들을 선택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중남미 국가에서 친미 성향을 보이는 세력이 쿠데타 등으로 집권하는 것을 돕거나 방조해온 '과거'를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는 것.
미국은 1954년 과테말라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것을 시작으로 수십년간 중남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미국은 1980년대 니카라과에서 콘트라 반군이 옛 소련의 지원을 받던 집권 세력에 맞서는 것을 후원했으며, 2002년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축출되는 데도 입김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바로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
그는 2002년 쿠데타 이후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니카라과 같은 국가를 부추겨 중남미 국가에서 반미 목소리를 고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베스 대통령이 '민주적 정권의 수호자'라고 자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됐다고 워싱턴 소재 두뇌집단인 '인터 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마이클 쉬프터는 지적했다.

특히 미 정부가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협력을 얻기 위해 이들 지역에서 민주주의 사안에 대해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쉬프터는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