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대륙 첫 방문국으로 가나를 택한 데는 이 나라의 민주적 발전을 고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석유 자원 확보와 아프리카사령부 설치와 같은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 케냐 일간 데일리 네이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아프리카 전문 NGO(비정부기구) '아프리카 액션'의 제럴드 레멜레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방문지로 가나를 택한 데는 군사적 협력관계 수립과 자원 확보를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레멜레 대표는 미 행정부가 가나를 택한 실제 이유는 2008년 가나에서 발견된 유전과 미국의 아프리카 사령부인 아프리콤(AFRICOM)의 본부를 가나에 설치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 관리들은 최근 서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이 전 세계 마약유통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아프리콤은 가나를 비롯한 인근 국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아프리콤 민간인 부사령관으로 가나 주재 미 대사를 지낸 바 있는 메리 예이츠는 지난 3월 가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나에서 마약유통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경악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 관리 윌리엄 웨슈슬러는 지난달 미 상원에서 아프리콤이 가나에 "감시 시설(screening facility)"을 설립 중이라고 증언했는데, 아프리콤은 현재 미 국방정보국과 해군이 동시에 참여하는 보안.감시 활동의 일환으로 마약탐지 장비를 가나 국제공항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리콤 본부를 아프리카 대륙에 설치하고 싶어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 및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한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의심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가나 정부가 내년부터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게 되면 18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해상광구 한 곳에서만 앞으로 20년간 2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외국에서 도입하는 석유의 16%를 서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가나의 석유 개발 덕분에 미국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석유 수입량을 더욱 증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한편 가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 제2위의 금 생산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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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ken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