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향후 전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는 8일(현지시간) 발표한 '2009 세계 석유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와 천연가스 등 바이오연료(biofuel)의 부상으로 2013년까지는 전세계의 석유 수요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석유의 40%를 공급하는 OPEC는 2013년 세계 석유 소비량을 기존 예상치보다 570만배럴 줄인 하루 평균 8790만배럴로 예측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의 8560만배럴보다 줄어든 일평균 8420만배럴로 추산했다.

또 2030년께는 전세계 석유수요가 일평균 1억600만배럴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해 당초의 전망치인 1억1300만배럴에서 크게 낮춰 잡았다.

화석연료인 석유를 급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바이오연료도 석유 수요 전망을 낮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OPEC는 천연가스, GTL(Gas-To-Liquid·천연가스를 액체로 변환해 경·등유, 나프타 등을 생산하는 기술)연료의 자체 생산량이 2013년께 지금보다 100만배럴 늘어난 일평균 57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그만큼 석유 수요를 줄일 것으로 분석했다.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가 점진적으로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원유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천천히 회복되며 2013년께 작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바드리 사무총장은 또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올해 바닥을 친 후 석유 수요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며 "2012년께는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PEC가 전망한 전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1.3%, 2013년에는 플러스(+) 3.5%다.

OPEC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수요 감소세가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OECD 국가들의 석유 수요는 2010년까지 위축, 2013년까지 정체되며 2015년까지 수요를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8~2030년동안 일평균 수요가 2300만배럴까지 증가, 전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80%를 아시아 개도국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배럴당 60.1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60.43달러, 두바이유 현물은 1.52달러 떨어진(2.38%) 배럴당 62.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당 30달러선으로 급락했다가 지난달 7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는 60달러 수준이다.

OPEC내 주요 인물들은 현재의 유가수준에 따라 석유를 감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엘-바드리 사무총장은 "현재의 유가 수준에 만족하지만 OPEC가 목표로 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유가는 석유 투자를 촉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이크 아흐메드 알 사바흐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지난 6일 "유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격이 6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9월 회의를 앞두고 유가가 더 낮아질 경우 석유 추가 감산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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