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귀금속 시장에서 자동차의 주요 부품으로 쓰이는 백금(Platinum)과 팔라디움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의 배출가스 제어장치와 점화플러그, 촉매제 등의 원료인 백금과 팔라디움은 미국 내 자동차시장의 침체로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당초 1000만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 판매량의 6월 기준 연환산대수(SAAR)도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돼 이들 귀금속의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8일 리서치업체인 오토데이터가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집계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6월 기준으로 969만대로 추산됐다. 오토데이터는 "자동차시장이 아직 반등하지 않고 있다"며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의 부진으로 자동차 판매량은 당초 예상치를 밑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금속시장 조사업체인 킷코는 백금·팔라디움의 가격 급락과 관련, "자동차업체로부터의 수요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 후 "GM이 파산보호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귀금속 시장에서는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백금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11.20달러(1.0%) 떨어진 온스당 1135달러를 기록했다. 장 중에는 1132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5월 이래 최저점을 경신했다. 전년대비로는 약 40%(846달러) 폭락했다. 팔라듐 9월물도 2.15달러(0.9%) 떨어진 온스당 240.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에 비해 약 55%(209.5달러) 떨어진 수준이다.

반면 8월물 금값은 전일대비 4.8달러 오른 온스당 929.1달러를 기록했다. 은(銀) 9월물 가격도 1.8센트 하락한 온스당 13.22달러로 보합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대비 1.12달러(1.8%) 하락한 배럴당 62.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헤라우스 귀금속 운용의 미구엘 페레즈 부회장은 이와 관련, "국제유가의 급락은 금값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백금과 팔라듐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자동차 생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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