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체(genome ·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전체 조합) 지도가 사상 두 번째로 완성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는 서정선 교수(사진) 연구팀이 한국인 30대 남자 1명에 대한 개인 유전체 분석을 완료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9일자)에 게재됐다.

서 교수 연구팀은 미국,영국,중국 연구팀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에 앞서 네이처에 게재된 인간 유전체 유전자서열분석 논문은 모두 2008년에 발표됐으며 첫 번째는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박사,두 번째 논문은 익명의 중국인 한족 남자,세 번째 논문은 익명의 아프리카인 남자에 대한 유전체 분석 결과였다.

인간 유전체 연구는 개인별 맞춤의학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개인 유전체 지도가 대중화되면 성별이나 인종별로 적합한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앓기 쉬운 질환을 미리 파악해 대비하는 예방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서열분석 결과의 정확도가 맞춤의학에 적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향후 개인이나 임상의사가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한국인 남자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가 북방 알타이계 아시아인 유전체 서열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해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한번에 읽는 염기의 길이를 최초로 106개까지 늘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 방법은 한번에 읽는 길이가 25~36염기 정도로 짧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는 것.

연구팀은 또 기존의 분석 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박테리아인공염색체(BAC) 클론을 이용한 고밀도 타깃분석 기술과 유전체단위반복변이(CNV) 발굴을 위해 초고해상도 DNA칩 분석 기술을 활용,지금까지 연구된 어떤 유전체 분석보다도 정확한 서열을 얻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BAC클론이란 30억 염기의 사람 DNA를 약 10만개의 염기 크기로 나눠 놓은 조각으로 유전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어떤 방법보다 가장 정확한 유전체 지도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한국인 남자 외에도 한국인 20대 여자 1명에 대한 개인 유전체 서열분석을 지난 3월 완료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유전체가 분석된 것은 세계 최초다.

한편 서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이 김성진 원장의 유전체를 이용해 완성한 한국인 첫 유전체 지도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가천의대 연구팀이 내놓은 인간 유전체 지도는 염기서열 분석을 평균 7.8회 수준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국제적 기준에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며 "최소 20회 이상 분석을 반복 수행해야만 오류를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만큼 한국인 첫 유전체 지도 해독이라는 당시의 발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천의대 측은 지난 5월 '게놈 리서치'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20회 이상의 반복 분석을 수행한 결과를 실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