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문도 돌아, 사재기 열풍도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대규모 유혈 시위사태가 민족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들은 8일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혈 시위로 인한 우리 교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태가 확산될 경우 교민들 역시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순원 재중 한국인회 우루무치 지부장은 이날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족들의 소수민족에 대한 반감과 보복이 확대될 조짐이 있어 현지에서는 소수민족인 한국인들 역시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하는 이 지부장은 이날 낮 외출을 하려고 했지만 한족 1천여명이 모여 위구르인들에 대한 색출 작업을 하고 있어 외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루무치에는 한국 교민들 300여명이 요식업과 유통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고 있는데 하필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7~8월 성수기 기간에 이같은 일이 터져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우루무치에서는 괴소문도 떠돌고 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는 "위구르인들이 보복으로 수돗물에 독을 탈 수도 있다는 등의 괴소문이 돌면서 생수가 동이 나고 위구르인에 대한 한족들의 적개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교민들은 도시에서 철수하는 것까지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당인 한국회관을 경영하고 있는 한영희 사장도 "현재 사실상 식당문을 닫은 채 불안해 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루무치에 온지 5년째인 한 사장은 "그동안 이같은 폭력사태와 갈등은 처음"이라면서 "도시 전체가 매우 흥분되고 비정상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채소시장이 모두 문을 닫아 식재료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 영업을 계속하기도 힘든 상태"라면서 "7~8월 성수기에는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이마저도 뚝 끊겨 영업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민들은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6일 오후 한국회관에 모여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고 응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서로 연락을 취해 서로의 안전을 보장하자고 다짐했다고 한 사장은 전했다.

화링(華凌) 시장에서 대형 유통점을 하고 있는 이경민씨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날 오후부터 유통점 문을 닫은 채 현재 집에서 머물고 있다"면서 "도시 전체가 불안과 긴장감에 휩싸여 있어 교민들도 불안해 하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발생한 뒤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생필품 구하기가 어려워져 도시 전체에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우루무치<中 신장>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