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는 세상에서 최고의 아버지였어요.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마이클 잭슨의 공개 영결식이 끝나갈 무렵 마이클 잭슨의 둘째딸 패리스 마이클 잭슨(11)이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검은색 상복을 입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대디(Daddy · 아빠)"를 부르는 소녀에게 '잭슨이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세간의 소문과 양육권 분쟁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패리스가 짧은 추도사를 마치고 울면서 고모인 재닛 잭슨의 품에 안긴 순간 잭슨 가족은 물론 모든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프린스 마이클'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맏아들 마이클 조셉 주니어(12)와 '블랭킷(Blanket)'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막내 아들 프린스 마이클 2세(7)도 객석 맨 앞줄에서 잭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고인의 생전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잭슨의 세 자녀들은 아버지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대중들 앞에 섰다.

영결식은 가수 스모키 로빈슨이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한 다이애나 로스와 넬슨 만델라의 조사를 대독하는 것으로 시작됐고,곧바로 잭슨이 안치된 황금빛 관이 장미꽃으로 온통 뒤덮인 채 무대 중앙으로 옮겨졌다. 무대 중앙 스크린에는 고인의 다양한 생전 모습이 나타났고,추모 노래와 고인의 기억을 되살리는 추모사가 번갈아 이어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팝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는 잭슨이 '잭슨 파이브'시절인 5세 때 불렀던 명곡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를 트레이 로렌즈와 듀엣으로 열창했다. 뒤이어 잭슨과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라이오넬 리치와 스티비 원더,제니퍼 허드슨,어셔 등이 잭슨의 히트곡들을 불렀다. 미국 농구스타 매직 존슨은 "잭슨과 함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먹었던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추억이었다"며 "쇼 프로그램에 많은 흑인들이 설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당신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결식은 추모사와 추모공연을 했던 인사들과 가족들이 단상에 올라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합창한 뒤 잭슨 가족의 감사 인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잭슨의 장례식은 사상 초유의 트래픽을 기록했다. 인터넷 트래픽 조사업체 아카마이스에 따르면 영결식은 분당 최대 1억900만명이 지켜봤다. 분당 7900만명이 시청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압도한 수치다.

한편 잭슨의 시신은 영결식이 끝난 뒤 LA '포레스트 론' 공원묘지에 묻히지 않고 다른 곳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최근 외신 보도 등에 발표된 사망 증명서에는 '포레스트 론'이 임시 장지로 쓰여 있어 잭슨의 마지막 영면지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