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로 지명한 55명의 주요국 대사들 가운데 33명(60%)은 외교 전문가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대선때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정치적 후원자이거나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들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대사로 지명된 존 루스는 샌프란시스코의 변호사 출신으로 실리콘벨리에서 선거자금을 모았다.대선 기간에 최소 10만달러,취임식용으로 30만달러를 모금한 투자은행가 루이스 서스먼은 영국 대사직을 따냈다.스웨덴 대사직에도 선거자금책이었던 켄터키 인터넷업체 임원 출신 매튜 바즌에게 돌아갔다.유명 미식축구 구단인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구단주 댄 루니는 아일랜드 대사로 지명됐다.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 대신 오바마를 밀었다.스위스 대사 지명자인 돈 베이여는 자동차 딜러업계의 거물이다.

WSJ는 그동안 주요 대사직에 새 대통령의 유력 지인들을 앉히는 게 관행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정도가 심하다고 전했다.대사직에 비 외교전문가를 지명한 비율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 평균 30%였다.전임 부시 대통령 때는 33%였다.정부감시기구인 퍼블릭 시티즌의 크레이그 홀먼은 이에 대해 “우리가 지명한 대사를 보내는 국가들에 대한 모독일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에서 미국의 외교노력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언론들은 백악관이 스위스 정부에 금융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촉구해 주 스위스 미 대사로 금융전문가를 희망했는데 자동차 딜러가 발탁돼 우려스럽다고 보도했다.일본의 니혼게이자이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성숙해진 만큼 굳이 거물이 아니어도 된다고 비꼬았다.당초 일본 대사로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지명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