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상반기 7조위안(약 126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대출로 풀렸다. 그런데도 기업들엔 돈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뭘까?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는데도 크게 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 건 왜일까? 선전시 시장이 최근 부패혐의로 구속됐다. 이를 두고 쓰촨 대지진보다 큰 일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해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대략 생각해보면 자금이 밑에까지 잘 안 가는 이유는 대출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머리 꼭대기에서 핵실험을 하는 북한을 그냥 묵인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북한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전 시장의 구속에 주목하는 것은 권력투쟁의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원인이다.

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세 가지 질문에서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을 꼭 찍어낼 수 있다. 바로 불투명성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지방정부가 되지도 않을 프로젝트를 한다며 돈을 마구 가져가고 있다"고 최근 일갈했다. 검증도 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마구 집행한다는 뜻이다. 힘이 세거나,권력자와 가까운 사람이 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이 같은 일을 가능하게 했을 게 분명하다.

불투명성으로 치자면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면서도 북한을 사실상 방임하는 것도 꼽지 않을 수 없다. 말로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북한을 국제적 제재로부터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중국 제일의 부자 도시인 선전의 시장이 구속된 것은 베이징의 '카더라 통신'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베이징에서 도는 루머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세력 간의 권력투쟁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게 요지다.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인 '은밀함'은 이런 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갖는 불투명성을 문화적 특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바둑 장기 마작 등 자신만의 한 수를 숨기고 남과 경쟁하는 잡기(雜技)가 발달한 것은 권모와 술수에 능한 중국인들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란 주장이다. 그래서 드러내놓고 명확한 기준에 의해 사물을 재단하기보다는 마음 속에 여러 경우의 수를 그리며 동지를 모으는 게 중국인의 특성이라는 것.그래서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파격적인 변신도 문화적 특성으로 보면 놀라울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불투명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워졌다. 중국은 좋건 싫건 간에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고 있고,이 자리를 위해선 투명한 원칙의 제시와 집행이 필요하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모여 사는 중난하이의 5m가 넘는 담장이 그동안 정보의 집중과 통제를 가능케 했지만,그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와 떨어져 있을 때 이야기다. 적어도 세계금융기구의 개혁을 요구하고,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한다면 보다 투명한 사회적 시스템과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베이징=조주현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