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에너지업계에선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새 회장 영입을 두고 '잘못된 만남'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BP가 지난달 25일 피터 서덜랜드 현 회장의 후임자로 스웨덴 최대 정보기술(IT) 장비회사 에릭슨의 칼 헨릭 스반버그 최고경영자(CEO · 57)를 선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의 폴 스키너 전 회장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에너지산업과는 인연이 없던 스반버그를 선택한 BP의 예상 밖 결정에 대해 업계 관련자들 모두 아연실색했다.

컨버전스(융합)의 개념이 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헤드헌팅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적지 않은 기업들을 집어삼키면서 위기를 헤쳐나갈 새 리더십을 찾기 위해 전혀 다른 업종에서 회장 또는 CEO를 데려오는 글로벌 기업들이 올 들어 크게 늘었다. 통신업체 AT&T의 CEO 출신으로 파산보호를 벗어나 새롭게 탄생할 '뉴 GM'의 회장으로 임명된 에드워드 휘태커(67),지난 2일 세계적 패션브랜드 기업 버버리의 회장으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새 회장으로 임명된 존 피스(60)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반버그와 휘태커,피스의 공통점은 바로 기업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이 점이 자기 경력과 아무 상관없는 기업에 전격적으로 스카우트된 배경이 됐다. 2003년 에릭슨 CEO로 취임했던 스반버그는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사내 조직 개편을 위해 당시 10만명에 달했던 직원 중 4만여명을 정리해고하고,수평적인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휘태커는 2005년 통신업체 SBC커뮤니케이션스 CEO를 지낼 때 AT&T를 인수했으며,통합회사를 미 최대 통신업체로 키웠다. 그는 뉴 GM 회장 내정자로 통보받자 "자동차는 잘 모르지만 사업은 사업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피스의 경우 미국과 유럽권,아시아를 아우르는 해외 영업망 구축에 힘쓰며 버버리를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 오랜 경륜이 인정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