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아파트 붕괴 사고로 세계 금융 중심지라고 자부하던 중국 상하이(上海)가 국제적 망신을 당했지만, 이 아파트에 유리를 납품했던 영세 유리 제조업체가 이를 계기로 무명의 설움을 벗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지난 달 27일 상하이시 민항구 롄화남루의 다 지어놓은 13층 아파트가 통째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상하이는 체면을 구겼지만 무너진 아파트에 끼워졌던 유리는 한 장도 깨지지 않았다.

도저히 일어나기 어려운 사고에 황당해하던 중국인들은 지난 달 30일 한 네티즌이 사진과 함께 이 사실을 알리자 곧 이 아파트에 유리를 납품한 업체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중국 언론들도 경쟁적으로 이 업체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셈법이 빠른 일부 건축업자들은 이미 이 업체를 수소문해 계약 체결을 시도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곧 이 업체의 형편을 파악하고는 입맛을 다셔야 했다.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에서 60여㎞ 떨어진 작은 산골마을에 위치한 이 업체는 무너진 아파트에 납품하기 위해 꼬박 한 달간 유리를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생산량이 적은 소규모 업체여서 대량 주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붕괴 사고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 업체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전국적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네티즌들은 "아파트 붕괴 사고로 손상된 중국의 체면을 이름없는 시골 마을의 영세 업체가 살렸다"며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이번 사고로 중국 유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아니냐"고 이 업체를 치켜세웠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