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저녁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터넷에 유해 콘텐츠 차단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한 조치를 유예한다는 내용이었다. 시행개시 예정시간인 7월1일 자정을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소위 '녹색댐(유해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을 구축,유해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생각이었다. 구상 자체는 누가 시비를 걸 수 없을 만큼 정당성을 갖는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음란물을 접하게 되고 잘못된 정보가 떠도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는 중국 국내외에서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해외는 물론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정책이 그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어떤 계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도사리고 있다. 녹색댐으로 사상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감시받을 수 있다는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중국 정부는 순수성을 알아달라고 강변했다. 천강 외교부 대변인은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이 조치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당신들은 아이들을 안 키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시간이 지날수록 팽배해졌다.

사실 중국 정부에 인터넷은 원수같은 것일지 모른다. 인터넷이란 공간은 여론의 조작이란 작업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인터넷을 통한 고발은 고위 관리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수단이 됐다. 어찌보면 권위적 권력의 안정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게 인터넷일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가 몇 만명의 인터넷 감시요원을 두고 네티즌들을 감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정부는 네티즌들이 이번 유예조치 발표를 '여론의 승리'라고 환호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선전도구이고,국민은 통치의 대상일 뿐인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부의 완패나 다름이 없다. 순수한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에 못 이겨 이를 갈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정부는 언제나 정당하다고 믿도록 강요하고,힘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오히려 불신을 불러 일으킬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