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프는 다른 어떤 금융 사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극도로 사악한(extraordinarily evil)' 죄를 저질렀다. 이런 범죄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

29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의 데니 친 판사가 지난 20년간 총 650억달러 규모의 폰지(금융 피라미드) 사기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71 · 사진)에게 징역 150년형을 선고하면서 밝힌 선고 이유다. 매도프의 변호사 아이라 소킨은 매도프가 고령임을 감안해 징역 12년형을 주장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방법원이 미국의 금융 사기 사상 최고 징역형을 내린 이유는 매도프의 범죄로 인해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전 재산을 날리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됐다는 점에서 1급 살인 또는 테러와 같은 악질적 범행의 수준과 맞먹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1년 엔론 분식회계 사태 당시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최고경영자(CEO)의 징역 형량은 매도프의 6분의 1 수준인 24년4개월이었다.

매도프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권 사기와 우편물 사기,투자자문 사기,돈세탁 등 총 11개에 이른다. 이에 앞서 연방법원은 지난달 26일 매도프에게 1700억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하고 전 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것을 명령했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날 흑회색 양복을 입고 무테 안경을 쓴 채 공판에 출석한 매도프는 자신이 평생 살아 온 시간보다도 두 배 이상 긴 기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순간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도프는 선고에 앞서 "난 내 형제와 아내,두 아들까지 속여 왔으며 어떤 용서도 바라지 않는다"면서 "여생을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이자 교도소 컨설턴트인 래리 리바인은 "죄수들이 매도프를 '경제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바깥 가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희생양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리바인은 "어떤 죄수와도 논쟁을 벌이지 말고 함께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공손히 대하며 누구에게 어떤 것도 빌리지 말라"면서 매도프를 향해 '친절히' 조언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