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해결사로 통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대출 확대를 위해 금융권 압박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푸틴 총리가 스베르뱅크 VTB 등 러시아 국영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출 확대없이는 여름휴가 갈 생각도 말라”며 “대출이 위축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고 보도했다.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채무불이행 우려로 은행들이 기업 등에 대출을 꺼리자 국영은행들을 중심으로 대출활성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푸틴 총리는 다음달까지 1500억루블,9월까지 추가로 1500억루블을 확충해 올 10월까지 총 4000~5000억루블(129~161억달러) 이상을 대출해줄 것을 은행들에 요구했다.

러시아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권의 부실대출 규모는 올 연말까지 전체 대출의 10~12%에 달할 전망이다.전문가들은 이보다 심각한 20%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러시아 경제가 국제유가 등 상품가격 하락으로 10년래 최악의 침체에 빠진 탓이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2위 은행인 VTB는 최근 부실대출 비중이 약 3배 증가한 6%에 달했다며 대손상각 증가로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푸틴 총리는 카지노 등 사행성 도박산업 규제에도 칼을 빼 들었다.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푸틴 총리가 2006년 대통령 재직 시절 내놓은 카지노 산업 이전 계획에 따라 러시아 역대 최대 규모인 40만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전했다.1일부터 발효되는 규제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내의 40여개 카지노 업소는 4000마일 이상 떨어진 시베리아와 북한 인접 지역 4곳으로 이전해야 한다.하지만 이전 준비가 완료된 곳은 단 한곳도 없는 데다 카지노가 들어서기 적합한 지역이 아니라고 IHT는 전했다.

푸틴 총리는 “수많은 젊은층과 은퇴자들이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며 도박업 규제에 의미를 부여했다.하지만 이는 2006년 그루지야가 러시아 정보장교 4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함에 따라 그루지야인들이 주도하는 카지노 산업에 제한을 가하려는 보복성 조치라고 IHT는 풀이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