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바이러스의 확산 범위를 조사하는 연구자들이 놀랍게도 멕시코발 항공노선의 궤적을 추적함으로써 신종플루의 전세계 확산 경로를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연구는 작년 3∼4월 멕시코에서 전세계 1천여 개 도시로 여행한 약 200만 명의 승객들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항공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매년 3∼4월 멕시코발 항공편 패턴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신종플루는 올해 3∼4월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여행한 나라는 모두 164개 국이었지만, 5명 중 4명 꼴로 미국으로 여행했다.

이는 1년 후 의 신종플루 확산 경로와 맞아떨어진다.

이 같은 발견은 저명 의학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지난 29일 보도됐다.

미국 정부 보건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새로운 전염성 질환이 어떻게 확산될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마틴 세트론 박사는 "우리는 이 주제에 관해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있다.

만약 우리가 전세계 항공망을 지도화한다면 한 번 출현한 바이러스가 다음에 어디에서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신종플루는 4월 중순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지만, 첫 대규모 발병은 거의 같은 시점 멕시코에서였다.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3월 중에 멕시코를 순회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카마란 칸 박사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항공여행과 바이러스 확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는데,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상관관계를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칸 박사와 동료들은 수 년 동안 항공여행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전염병의 전세계 확산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항공기록 제공처 중에는 230개 항공사와 주요 정기 항공운송회사들을 대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포함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항공 승객들의 대다수가 미국으로 이동하며, 캐나다는 한참 처진 2위, 프랑스는 3위다.

칸 박사와 동료들은 항공운송 규모와 각국의 신종플루 발병 여부를 90% 이상 정확하게 맞춰 냈다.

멕시코발 노선의 상위 11개 도시는 모두 미국 도시들로서, 로스앤젤레스가 전체 승객의 약 9%로 가장 많았고, 뉴욕은 5%로 두번째였다.

상위 40개 도시 가운데 남미의 도시는 22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유일해 대조를 보였다.

인접한 과테말라나 다른 중남미 국가로 가는 승객 수는 훨씬 적었다.

전문가들은 항공자료들이 어떻게 신종플루가 멕시코 밖으로 퍼졌는지를 보여줄뿐만 아니라 항공여행이 주로 산업화된 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