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입성후 예배 볼 교회를 물색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있는 교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시사 주간 타임은 29일 인터넷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에게 워싱턴 D.C.내의 교회 대신 부시 전 대통령의 선례를 따라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 있는 `에버그린 채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그동안 워싱턴 시내 주요 교회에 관계자들을 파견, 예배형식이나 목사의 성향 등을 파악하는 등 대통령이 다닐 교회에 대해 사전조사를 해왔던 점에 비춰볼 때 캠프 데이비드 별장의 교회를 택한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타임은 오바마 대통령이 에버그린 채플을 택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대중들에게 노출되지 않은채 예배를 볼 수 있는 장점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취임식 직전 일요일에 워싱턴의 첫 흑인교회인 `19번가 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볼 당시 3시간전부터 시민들이 몰려 장사진을 치고, 또 지난 4월12일 부활절때 방문한 세인트 존스 교회에서도 많은 신도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든 상황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이후 대통령의 일요 예배에 대한 경호도 강화돼 신도들에게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에서 흑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오바마 대통령이 D.C.내 한 흑인교회를 선택할 경우 비슷한 상황이 야기될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캠프 데이비드내 에버그린 채플은 지난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봉헌한 교회로 석재와 유리로된 8각형 모양의 건축물로서, 15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보통 50-70여명의 신도들이 주일마다 예배를 본다.

특정종파와 상관이 없는 이 교회는 캠프 데이비드에 근무하는 400여명의 군인과 직원 및 가족들에게 예배를 개방한다.

성가대는 인근 후드 컬리지에 근무중인 사람이 지휘를 맡아 운영되고 있고,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때는 동네 아이들이 야외극을 하고, 촛불예배를 본다.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재임 8년간 빠짐없이 이 교회의 성탄 촛불예배에 참석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도 가끔씩 예배에 참석, 성가대와 함께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현재 이 교회의 목사는 군목인 카리 캐쉬 해군 대위. 해군당국은 캠프 데이비드 교회의 목사를 3년마다 순환 발령을 내고 있는데 캐쉬 목사는 지난 1월 부임했다.

올해 38세로 테네시 멤피스 태생인 그는 이라크의 해병대대 군목으로 재직했고, 포트 워스에 있는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를 졸업한 만큼 남침례교파 소속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002-2005년 이 교회의 목사를 지냈던 패트릭 맥라울린 목사는 캠프 데이비드 교회의 주요 임무는 5성급 대통령 별장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관리하는 것이었다면서 교회 밖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난 적은 거의 없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볼때 캐쉬 목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오바마 대통령이 나갈 교회는 정했다 하더라도 영적인 가이드를 해줄 목사는 별도로 찾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작년 5월 `갓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 발언을 한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와 결별하고, 20여년간 다닌 시카고의 트리니티유나이티드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후 시카고 외곽의 윌로우 크릭 커뮤니티 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를 비롯해 토니 캠폴로, 고든 맥도널드 목사 등 종교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온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몇명의 목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설교를 듣거나 종교와 정치의 역할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사람이 둘다 텍사스주 출신의 흑인인 커비존 콜드웰과 T.D. 제이크 목사. 여기에 민권 운동을 활발히 펼치는 오티스 모스 주니어, 백인 복음주의자이자 플로리다주의 한 대형교회 목사인 조엘 헌터, 그리고 흑인감리교감독파교회의 첫 여성감독으로 선출된 바시티 맥켄지 목사도 오바마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목사들이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