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중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이 정부조달 시장에서 자국산 제품 구매를 의무화한 '바이 차이나 정책' 등에 대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공격이 거세지자 역공 차원에서 해외 선전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7월부터 유럽 주재 중국 대사관들과 브뤼셀 등 유럽 일부 도시 슈퍼마켓에서 영어 TV 뉴스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이는 세계에 대한 중국의 관점을 서방 시청자들에게 퍼뜨리려는 조심스러운 첫 걸음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CCTV가 현재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방영하는 4개 해외 채널을 통해 주로 중국 뉴스를 송출하고 있는 데 비해 신화통신의 TV 방송은 전 세계 뉴스를 취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재정부가 450억위안(약 8조1000억원)을 투입해 중국 방송 · 통신 · 신문의 해외 취재망을 대폭 확충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신화통신 관계자는 "중국의 목소리와 시각을 제시하고 전 세계 뉴스 시청자들에게 (서방의 것과) 다른 선택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현재 100개국에 설치한 해외 지국을 186개로 늘릴 계획이다. 신화통신이 TV 뉴스 채널을 중국판 CNN과 알자지라방송으로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은 "미국 CNN과 영국 BBC방송에 도전할 수 있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에 앞서 중국의 첫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올 들어 미국에서 영문 주간지를 발간한 데 이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영문 일간지인 글로벌타임스를 펴내는 등 중국의 해외 선전 공세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CCTV도 아랍어와 러시아어 채널을 신설할 예정이다. 글로벌타임스에는 중국 내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소재의 기사와 사진을 과감하게 싣고 있다. 해외에서 신뢰성을 얻기 위한 조치다. 중국 언론들은 신화통신의 영어 TV 뉴스 채널도 홍콩 봉황TV 이상으로 언론 자유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파워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중국의 세계 미디어 시장 영향력 확대 행보는 지난해 티베트 유혈 사태와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당시 서방 언론들의 집중적인 중국 비판이 나온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검열 소프트웨어 PC 설치 의무화 정책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서방의 공격을 받자 해외 선전전 강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