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온두라스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이 코스타리카로 추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셀라야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몇 시간 앞둔 28일 새벽 대통령 관저에 침입한 군인 10여명이 파자마 차림의 대통령을 강제로 공군 비행기에 태워 납치했다. 이번 군사 쿠데타는 개헌 시도를 위헌으로 규정한 대법원이 군부에 대통령 축출을 지시한 이후 이뤄졌다. 중남미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건 1993년 호르헤 세라노 엘리아스 과테말라 대통령이 쫓겨난 이후 16년 만이다.

2006년 취임한 좌파 성향의 셀라야 대통령은 내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4년 단임제 철폐를 통한 재집권을 밀어붙이면서 법조계와 군부의 반대에 부딪쳤다. 국회와 대법원은 개헌 국민투표가 불법이라며 반발했고,셀라야 대통령이 군부의 로메오 바스케스 참모총장 해임을 시도하면서 정국은 초긴장 상태로 치달았다.

쿠데타 직후 온두라스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로베르토 미첼레티 국회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확정했다. 그는 대통령과 같은 자유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반대 입장이다.

셀라야 대통령과 중남미 좌파 지도자로서 보조를 맞춰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라며 자국 군대에 비상경계령을 선포했다. 그는 셀라야의 대통령직 복귀를 위해 군사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셀라야 대통령의 복귀를 명시하진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온두라스에서 군부에 의해 좌파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오바마의 중남미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냉전시대 중남미의 공산주의 확산을 우려한 미국은 좌파 정권을 견제하는 군부 쿠데타를 측면 지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중남미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또다시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남미에서 군사 쿠데타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은 온두라스의 쿠데타를 즉각 비난했고 미주기구(OAS)는 셀라야 대통령의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